길은 여전히 꿈을 꾼다 - 여행이 멈춘 시대, 다시 떠날 그날까지 간직하고 싶은 길 위의 이야기 여행과 쉼표 3
정수현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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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지 말아야 할 때여서 그런지 지금이야말로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여행을 꿈꾸기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기도 언젠가 끝날 거라는 희망이 우리를 꿈꾸게 하고 살게 하니까. 봄이 바로 눈앞에 와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마음만은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우리이기에 이 책 『길은 여전히 꿈을 꾼다』를 읽으며 여행을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비추어 보다', 2장 '그리움의 시간', 3장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에', 4장 '일몰처럼 아주 천천히'로 나뉜다. 물들인다는 것에 대하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비추어 보다 [볼리비아 우유니], 초심자의 행운 [요르단 페트라], 부처의 등뼈 [인도 부다가야], 혼자가 아니야 [스웨덴 스톡홀름], 뒤집어야 할 타이밍 [중국 시안], No problem [인도 바라나시], 길 떠난 이를 향해 누군가는 손을 흔들어줘야지 [페루], 일몰처럼 아주 천천히 [라오스 루앙프라방]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맨 앞에 보면 저자의 인스타그램 주소가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적당한 글과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 시작하고 그렇게 길지 않은 글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소제목과 함께 사진이 먼저 주어지고, 그다음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게 이어지는 글을 보며 여행의 단상을 느껴보는 것이다.



그토록 원했던 히말라야에 왔지만 눈밭에 쓰러져 괴로워하는 마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나는 당혹스러웠다. 生을 선택하여 나오지 않았고, 死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니, 인생은 존재 자체로 苦다. 산의 중턱에 들어선 이상 끝까지 걸어 위로 오르든, 포기하고 밑으로 내려가든, 무엇을 선택하든 어쨌든 걸어야만 한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 길을 내가 'Go'해야만 한다. (185쪽)

아무리 충동적으로 히말라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 내 체력으로는 감당해낼 수 없는 곳이니 말이다. 나도 아마 그곳에 간다면 그런 기분이 들 것이다. 苦와 Go 모두 감당해야 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저 책으로 간접 경험을 하는 지금, 다행이라고 생각해 본다.



책을 준비하는 동안 코로나19라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난의 시기가 찾아왔다. 혹자는 이제 자유여행의 시대가 끝났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로 시작하는 어느 항공사의 광고처럼, 떠나간 것들은 반드시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을 믿는다. 길을 나서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떠난다는 것은 돌아온다는 것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그 기억과 소망들이 모여 간절히 부르니, 너무 늦지 않게 바람이 불어올 테다. 우리의 머리를, 가슴을, 발을 유혹하는 바람이 다시 불어올 것이다. (294쪽)

그 바람, 너무 늦지 않게 불어오기를 바라며, 지금은 여행 책으로 내 마음을 달랜다. 이 책은 한껏 가벼운 느낌으로 여행지를 바라볼 수 있다. 한 곳을 깊이 바라보는 여행 서적도 인상적이지만, 이렇게 조금씩 여러 곳을 훑어보는 듯이 짚어주는 여행 책도 좋다. 지금은 이렇게 다른 이의 예전 여행을 보면서 여행을 하던 과거의 내 마음도 떠올리고, 글쓴이의 여행에서 깨달은 바를 나도 짐작해보기도 하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지금은 그 시간이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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