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 읽고 예전과는 다른 감동을 받았던 지라 '『데미안』이 내 삶을 영영 바꿔놓고 말았다'라는 저자의 말에서 주는 힘을 짐작하겠다. 중학교 2학년 때 데미안을 읽고 '문학에 답이 있다.'라고 생각했으며, 어느 순간 독일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전혜린의 일화를 보아도 '어머나,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독자의 마음을 아는지,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부드럽게 풀어나간다.
'서양문학의 고전이라면 분명 뛰어난 문학작품일 텐데, 나는 읽고 나서 재미를 느끼기는커녕 읽는 것 자체가 힘들기 짝이 없으니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고전을 읽으며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잘못이 없다. 당연히 서양 고전에도 이 상황에 대한 잘못은 없다. 굳이 누군가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 누군가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선행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서양 고전'을 '살아가며 한 번쯤 반드시 읽어야 할 것'으로 소개하거나 읽기를 강요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 고등학생들에게 아무런 준비 없이 서양문학의 고전 작품들을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줄거리만 요약하여 서양 고전소설들을 동화책으로 만들어 어린아이들에게 읽도록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렇게 고전을 접한 아이들은 고전이란 재미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될 테니, 성인이 되어서 오히려 고전을 멀리할 가능성이 크다. (35쪽)
나는 이 말이 반가웠다. 내가 그렇게 자란 사람 중 하나여서 그렇고, 고전을 멀리하다가 이제야 조금씩 고전의 맛을 알게 되었기도 해서다. 정말 멀리 돌아서 왔다. 어른들이여, 아이에게 고전을 강요하지 말지어다. 오히려 어렵고 지겹고 싫은 것이라는 생각에 돌고 돌아서 나처럼 나중에야 읽거나, 아니면 평생 고전은 쳐다도 안 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