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
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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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생겼다. 유명인들이 먼저 나서서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 환경에 대한 것이 있는데, 빌 게이츠가 그걸 짚어준다고 하지 않는가. 그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 정도면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다른 할 일들을 제쳐두고 이 책을 미루지 않고 읽었던 데에는 기후재앙에 대응하는 데에 이미 늦은 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정말 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이 책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을 읽어보게 되었다.

빌 게이츠는 지난 10년간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연구해왔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공학, 정치학, 경제학, 재무학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탐구했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온실가스 배출량 순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 중대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상세하게 밝힌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저자는 빌 게이츠. 과학기술 전문가, 비즈니스 리더, 자선가. 1975년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어린 시절 친구인 폴 앨런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현재 아내 멀린다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왜 제로인가?', 2장 '어려울 것이다', 3장 '우리가 물어야 할 다섯 가지 질문', 4장 '전기 생산: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27퍼센트', 5장 '제조: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31퍼센트', 6장 '사육과 재배: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19퍼센트', 7장 '교통과 운송: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16퍼센트', 8장 '냉방과 난방: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7퍼센트', 9장 '더워진 지구에 적응하기', 10장 '정부 정책은 얼마나 중요할까?', 11장 '제로로 가는 길', 12장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나뉜다.

빌 게이츠는 서문에 시작부터 큰일 났다고 호들갑 떨며 인간 존재를 꾸짖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들려주어서 첫 시작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데에 희망을 본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고, 지속된 기후변화는 재앙이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면'이라는 말 자체가 큰 가정이다. 우리는 변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변화에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아직 갖추어야 할 기술도 많지만, 우리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빠르게 대처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재앙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기후변화와 대응 기술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다. (9쪽)

빌 게이츠가 기후 및 에너지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그가 배운 내용을 이렇게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전해주는 것이다. 그냥 '그렇다고 한다'라고 알려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간다.

나는 지구 기온이 약간만, 그러니까 섭씨 1도나 2도 정도만 올라가더라도 실제로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 사실이다. 기후학에서 1~2 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 때 지구의 온도는 지금보다 겨우 섭씨 6도 낮았을 뿐이었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 지구의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섭씨 4도 높았을 뿐인데, 이때 북극권 북쪽에는 악어도 살았다. (34쪽)

어렵지 않고,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냥 쉬운 언어로 사실을 전달해 주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그렇게 풀어나가니 오히려 경각심을 일으키며 몰입하게 되었다. 되도록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며, 이해하기 좀 힘들다 싶으면 한번 정리해 주거나 우리에게 쉽게 와닿는 무언가로 설명을 이어나간다. 전체적으로 쉬운 내용은 아니더라도 쉽게 와닿게 설명하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다.

이 모든 것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상황으로 바꿔서 설명해보겠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피해를 알고 싶다면 코로나19가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지속돼 고통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이 팬데믹이 초래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어려움은 탄소 배출량을 제거하지 않으면 주기적으로 일어나게 될 피해와 동일한 수준이다. … 다시 말해 21세기 중반까지 기후변화는 코로나19만큼 치명적일 것이며, 2100년이 되면 다섯 배나 더 큰 사망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51~52쪽 중 발췌)

아마 '경제' 분야에서 비교해보면 더욱 눈앞에 생생하게 와닿을 것이다. 빌 게이츠는 경제 전망 역시 암울하다고 언급한다.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내로 기후변화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코로나19 규모의 팬데믹이 10년마다 발생하는 것만큼이나 심각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배출량을 계속 유지한다면 훨씬 더 나빠질 것이다. (52쪽)

여기서 우리는 이대로 지속하는 것보다는 무언가 노력을 하고 싶어진다.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바로 '적응'과 '완화'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 중 '완화'에 동참하고 싶고, 그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일을 하자고 빌 게이츠는 제안한다.

조곤조곤 풀어나가는 글을 읽다 보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마 다들 이런 기분일 것이다. '이 거대한 문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플 수 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60쪽)' 나도 이런 느낌이다. 환경에 나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생각 않고 하자니 죄책감이 들고……. 그래서 이 책을 읽고 함께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으며 '그럼 뭐부터 할까요?'라고 두 팔 걷어붙이기에는 판이 크다고 할까? 어쩌면 우리에게는 좀 더 큰 판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 개개인의 미미한 힘으로 해결되는 것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여기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전기 생산, 제조, 사육, 이동, 냉방과 난방 등 좀 더 크고 포괄적인 부분이다. 지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보다 좀 더 큰 부분을 짚어주는 것이다.

어떤 부분은 처음 접하는 것이기에 생소하다. 당연히 그렇다. 510억톤, 6,500만 제곱킬로미터 같은 숫자가 한 번에 와닿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에 대해 쉽게 정리해 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추상적인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한번 정리해 주고 넘어가니 그것으로 짐작해보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도 함께 이 부분을 생각하고 짚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해 계산하면, 열대 지역의 약 50에이커의 땅에 나무를 심어야 평균적인 미국인 한 사람이 일생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인구수를 곱하면 160억 에이커, 즉 6,500만 제곱킬로미터 이상의 땅이 필요하다. 세계 대륙의 약 절반이 필요한 셈이다. 그리고 이 나무들은 영원히 보존되어야 한다. 미국의 배출량만 고려했을 때 이 정도다. 다른 나라의 배출량은 아직 계산하기 전이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나무들은 미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많은 혜택을 준다. 우리는 나무를 더 많이 심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후재앙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나무는 한번 자란 토양에서만 다시 자라기 때문에, 나무 심기를 하면 삼림 벌채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나무와 관련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그저 그만 베는 것이다. (184쪽)


전기 생산, 제조, 사육, 이동, 냉방과 난방 등 다섯 가지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소개한다. 국가 간의 문제라 이 책을 읽고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일단 알고 생각을 모아 행동에 옮기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지만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이런 혁신이 더 빨리 일어날 수 있게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부분을 마지막 장인 12장에서 이야기해 준다.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그리고 고용주 또는 직장인으로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을 간단하게 짚어준다.

빌 게이츠가 지난 10년간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연구해오며 정리한 결과물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기후재앙에 대처하는 방법은 개인이 아니라 단체, 국가들이 함께 해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힘을 모아 해보자는 의지를 다지는 데에도 필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한 책이며 기후재앙에 대해 빌 게이츠가 이야기하는 책이니 한 번쯤 그의 이야기에 집중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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