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시 100선이 추가된,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헤르만 헤세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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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을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다. 그때의 나는 읽다가 말고 책장에 다시 꽂아둔 채 잊어버렸다. 대학생 때 다시 꺼내들어 읽었는데 그때의 나는 중간에 그만두었는지 끝까지 다 읽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년 전쯤 나는 『데미안』을 읽고는 언젠가 꼭 다시 읽으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지금 그때가 왔다.

『데미안』이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된 것이다. 보통은 다시 읽고 싶은 책에 손을 내미는 데에는 스페셜 에디션 같은 새로운 포장이 좋은 명분이 된다. 세상에는 읽고 싶은 책이 많고 하루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다른 할 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니 늘 시간은 부족하고 읽은 책을 또 읽을 시간을 내는 것은 버겁다.

정말 인상적이었던 책도 시간이 흐르면 기억에서 희미해진다. 결국 그 유명한 문장 말고는 기억을 더듬더듬 떠올려야 할 만한 세월이 흐른 후에 이 책 『데미안』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헤르만 헤세 (1877-1962). 아버지 요하네스는 신교의 목사이고, 어머니 마리는 인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교육을 받고, 인도로 돌아가 그곳에서 영국인 선교사와 결혼하였으나, 그와 사별한 후 요하네스와 재혼하여 그를 낳았다. 189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에 마울브론의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천성적인 자연아로서, 개성에 눈뜨면서 미래의 시인을 꿈꾼 헤세는, 신학교의 속박된 기숙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탈주. 한때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하였다. 노이로제가 회복된 후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나 1년도 못 되어 퇴학하고, 서점의 점원이 되었다. 그 후 한동안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병든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칼프의 시계공장에서 3년간 시계 톱니바퀴를 닦으면서 문학수업을 시작하였다. 9세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고, 스위스의 보덴 호반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주한 후 글쓰기에 전념하였으며, 1923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 후 그가 걸어온 긴 생애에는, 인도 여행으로 동양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일, 제1차 세계대전과 아버지의 죽음, 아내의 정신병, 그 자신의 신병 등 가정적 위기를 당하자 정신분석 연구로 이 위기를 타개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인간성을 말살시키려고 한 나치스의 광신적인 폭정에 저항한 일 등 많은 파란을 겪었지만,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오로지 자기실현의 길만을 걸었다. (책날개 중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기술하자면 아주 먼 옛날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될 수 있으면 내 유년기, 아니 거기서 더욱 거슬러 올라가 훨씬 먼 조상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 (11쪽)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유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해야 할 이유를 말하고, 실존하는 한 사람의 인간 기록이라는 점, 즉 실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생생하게 풀어나간다. 『데미안』이라는 책은 이미 이름만으로도 유명해서 이 책을 집어 든 사람은 이미 감동을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하며 펼쳐들게 마련이다. 어느 순간, 푹 빠져들 수 있도록 초반에서 분위기를 잡아준다.

아, 여기에서 혹시 '이게 뭐?'라는 생각이 든다면, 거기에서 책장을 덮어두기를 바란다. 책은 읽는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 그런 마음이라면 계속 읽어나가더라도 '데미안, 그렇게 유명한데 별것 아니네'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최상의 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내 이야기다. 유명세에 한번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펼쳐들었는데, 도입 부분에서 시큰둥했던,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지금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문장 하나하나 놓치지 못하며 몰입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버둥거린다. 그 알은 새의 세계다. 알에서 빠져 나오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 한다. (161쪽)

이 문장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문장만 읽으면 안 된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한 걸음씩 다가가다가 만나야 표지의 날개처럼 파닥거리며 내 안에 살아 움직인다. 책을 읽는 묘미는 이런 것일 테다. 나를 뒤흔들며 전율을 느끼게 하는 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분명 이 책을 읽는 지금, 그 맛이 다르다.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 이 책을 어떻게 조금만 읽다가 말았을까. 유년에서 청년까지의 심정을 데미안처럼 잘 표현한 책은 어디에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은 그 시기에서 좀 더 멀리 떨어져서 보아야 어렴풋이 알게 되는, 그런 것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헤르만 헤세의 내면의 소리를 다 들은 듯한 느낌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맨 뒤에는 헤르만 헤세 영혼의 시 100선도 수록되어 있으니, 시인을 꿈꾼 헤세의 시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방탄소년단 BTS 앨범 "WING"의 콘셉트가 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접근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요즘처럼 혼자 책 읽으며 사색하기 좋은 때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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