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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는 것 -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
야마구치 슈 외 지음, 김윤경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1월
평점 :
이 책은 베스트셀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저자 야마구치 슈와 일본 최고의 경쟁전략 전문가 구스노키 겐의 저서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사실 '야마구치 슈'라는 이름으로 선택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동안 철학 따로 삶 따로 생각해오던 나에게 실용적인 철학서로 확실히 도장을 찍은 책이니 말이다.
이번에는 '일'이다.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일'이라는 것과 '잘한다'라는 것 모두 어떤 하나로 규정짓기 힘든 것이기에, 이 책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궁금해하면서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특히 대담 형식으로 들려준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내려놓고 이 책 『일을 잘한다는 것』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야마구치 슈와 구스노키 겐 공동 저서다. 야마구치 슈는 철학과 예술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다. 구스노키 겐은 일본 최고의 경쟁전략 전문가이자 히토쓰바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다.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구축하는 논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제목은 『일을 잘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실례와 일화를 섞어 풍부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절할 것이다. (15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한국어판 서문 '불확실한 시대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앞당겨진 미래를 헤쳐 나갈 정답은 일의 본질에 있다'와 여는 글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두 가지 유형'을 시작으로, 1부 '격차를 만드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2부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3부 '일을 잘하는 사람의 생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4부 '일을 잘하는 감각은 어떻게 길러지는가'로 이어지며, 닫는 글 '기술의 디플레이션과 감각의 인플레이션을 향하여'로 마무리된다.
먼저 이 책의 '여는 글'을 읽다 보면 슬슬 혼동하게 된다. 나는 분명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일을 잘한다'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일'에 대해 살펴보고, 그러면서도 이 책에서는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 중 한 명인 구스노키 겐은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100퍼센트 확실한 답변을 제시할 수 없다고 한다. 여는 글에서 무척 혼란스러운 느낌이지만, 사실 이 책 한 권 읽고 나면 일을 막 잘하게 되는 것을 바라고 펼쳐들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 아니겠는가. 현실적으로 생각을 돌린 후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이 책은 구스노키와 야마구치의 대화로 구성된다.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좀 더 현장감이 느껴지고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이들의 대화를 보다 보면 문득 마음에 들어오는 글귀가 나타난다.
야마구치: 감각이 등한시되는 데에는 '노력이 보상받는다'라는 '공정한 세상 가설'에 대한 믿음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한 세상 가설'이란 정의에 관한 심리학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멜빈 러너가 처음 제창한 가설입니다. 이는 이 세상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보상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벌을 받게 되어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일컫습니다. 원인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결과가 따른다는 내용 면에서 볼 때 불교에서의 인과응보 사고관과 유사하죠.
반면에 그리스도교의 프로테스탄트가 신봉하는 예정설에서는 신에게 구원받을 사람이 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서 본인이 선행을 쌓든 악행을 쌓든 구원이라는 결과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행동을 하든 어차피 천국에 갈 사람은 천국에 가고 지옥에 갈 사람은 지옥에 간다는 거죠. 이는 프랑스 신학자이자 종교개혁 지도자였던 장 칼뱅의 사고방식입니다.
이를 일의 기술과 감각에 대입해볼까요? 일반적으로 기술은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감각은 노력으로 향상시키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이런 인식이 감각을 기술보다 덜 중요하게 여기도록 만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과응보의 사고관이 작동한 것이죠. (48쪽)
'일'에 대해 논하는 책이면서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의아한 느낌이었는데, 이 설명을 보고 그동안의 생각을 달리해본다.

구스노키 : 일을 잘하는 사람과 일을 못하는 사람을 대비해서 살펴볼 때 쉽게 알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항목별로 나열해 적기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해야 할 일을 줄줄이 적어 목록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하죠. 이러한 병렬적인 사고의 문제점은 인과 관계의 역학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즉 시간적 깊이를 고려하지 않는 거죠. 병렬적 사고는 일의 감각을 말살합니다. '그래서 목적이 뭔데?'라는 고찰이 제외되는 거죠. 모든 일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병렬적인 사고에서는 성과로 이어지는 논리 전개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143쪽)
할 일 목록을 하나씩 체크하며 일처리를 했는데, 일 못하는 사람으로 예를 드니 뜨끔하다. '그래서 목적이 뭔데?'라는 고찰을 잊지 말고, 병렬적인 사고를 벗어나 봐야겠다.

이 책에서는 '감각'을 강조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폭넓고 깊어져도 그 안에서 잊지 말아야 할 길은 '감각'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 감각이라는 것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사후적이고 후천적이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각자의 시행착오 속에서 시간을 들여 연마해온 것(199쪽)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 책을 선택한 때의 마음은 단순히 일 잘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을 얻고자 한 것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일단 그 마음보다는 훨씬 폭이 넓고 깊어질 것이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건드려주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감각'에 대한 생각조차 그동안 편견에 휩싸여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과 감각은 얼핏 보면 딱히 어울리지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감각'이다.
일을 잘하는 능력을 백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백가지 능력의 전제조건은 모두 한 가지, '감각' 뿐이다! (책날개 중에서)
이 말을 전달하고자 하는 책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 말해줄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