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
채다인 지음 / 지콜론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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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슐랭 가이드'라니 정말 솔깃했다. 미슐랭 가이드는 찾아가기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편슐랭 가이드는 정말 부담 없고 좋지 않은가. 아이디어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만약 편슐랭 가이드에서 알려준 메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관없다. 실패에 따른 부담이 적으니 말이다. 편의점에 가면 따라 해보고 싶은 것을 발견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를 읽으며 편의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채다인. 도시락 삼각김밥 애호가이자 편의점 전문 리뷰어. 솔직하고 구체적인 품평기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시절 겪은 에피소드를 2004년부터 블로그에 연재하며 타칭 '편의점 평론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책날개 발췌)

누군가가 나에게 편의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거리의 오아시스."라고 이야기한다. 항상 그곳에 있어서 평소에는 스쳐 지나가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변함없이 늘 있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 어쩌면 편의점의 그런 면에 반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알아채지 못할 뿐, 누구나 가슴속에 편의점을 품고 있지 않을까. (8쪽)

이 책은 총 2장으로 구성된다. 1장 '편의점 음식 해부학'에는 혼밥의 친구 편의점 도시락, 편의점 푸드의 원조 삼각김밥, 살기 위해 먹는가 찍기 위해 먹는가? SNS핫템, 해외여행은 못 가지만 마라탕과 흑당밀크티 등이, 2장 '당신의 편의점은 어떠신가요'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잔혹사, 편의점 진상 손님 생태보고서, 아르바이트생을 울리는 사기 수법, 워홀러가 처음 마주한 일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비밀 레시피, 편의점에서도 건강한 한 끼를, 편의점이 비싸다고? 편견을 버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그냥 가볍게 편의점 음식 메뉴나 볼까 펼쳐든 책에서 편의점의 역사부터 시작되니 나름 반전이고 흥미로웠다. 나도 몰랐다. 세계 최초의 편의점이 무엇인지 말이다. '세계 최초의 편의점은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문을 연 사우스랜드 제빙회사'라고 한다. 세븐일레븐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46년부터라고 하니, 이것도 처음 아는 사실이다. 왜 세븐일레븐인고 하니,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을 했기 때문에 7-Eleven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라고 한다. 24시간 영업은 1962년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점포에서 시범적 운영을 시작한 것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렇게 역사를 간단하게 훑어주니 편의점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너무 흔하고 별로 안 궁금하던 편의점이 새록새록 의미를 건네주는 시간이다.

사실 오늘 오랜만에 마트에 갔다가 각종 반조리식품이 등장한 것을 알고는 감탄하고 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편의점의 신세계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편의점에 쌈밥 도시락이 있다니! 열무비빔밥 도시락에 대만풍 고기덮밥, 초밥도시락까지! 초반부터 화려한 메뉴를 자랑한다. 내가 자주 먹은 것은 삼각김밥인데 너무 다른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어 살짝 주눅들 무렵, '편의점 푸드의 원조, 삼각김밥' 이야기가 나온다. 스테디셀러 삼각김밥 참치마요삼각김밥! 얼큰한 국물 라면이 잘 어울린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CU에서 출시한 '여수 쑥우유'와 '청도 홍시우유'는 패키지만 봐도 이런 우유가 과연 맛이 있을까 고민하게 하는 이색적인 조합이지만 사람들은 오로지 재미를 위해 상품을 사서 인증샷을 올렸다. 먹어보니 맛은 의외로 괜찮은 편. 쑥우유는 쑥의 향긋함과 설탕의 달콤한 맛이 잘 어울린다. 쑥의 향이 강한 것이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하다. 홍시우유는 홍시보다는 메로나의 맛이 좀 더 강한 편이다. (67쪽)

언젠가는 저 '여수 쑥우유'를 사 먹어봐야겠다. 정말 궁금한 맛이다. 그리고 의외로 괜찮은 편이라는 것에 안도한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하다는 것을 보며 살짝 '다른 거 먹어볼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르바이트생들의 비밀레시피」도 흥미롭다. 무언가 더 궁금하고 더 먹어보고 싶고 구미가 당긴다. 삼각김밥 볶음밥부터, 어묵 컵라면, 군고구마 그라탱 등 몰래 알려주는 느낌이어서 더 맛있을 거라 기대된다.

바야흐로 편의점 모디슈머의 시대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라는 의미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가 합성된 단어다. 즉, 정해진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응용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편의점 음식 레시피들을 SNS와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그러나 고릿적부터 편의점 음식을 제일 맛있게 먹는 법을 알고 있는 건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나 또한 비밀 아닌 비밀 레시피로 편의점 음식을 먹었다. (152쪽)



'편의점 외길 인생'이라는 저자의 이력이 흥미롭다. 어떤 일이든 자신만의 경력으로 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자라는 생각이 든다. 다들 미슐랭 가이드다, 맛집이다 외칠 때 '편슐랭 가이드'를 외칠 수 있는 당당함이 마음에 든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편의점에 대한 역사와 다른 나라 편의점까지 간단히 훑어볼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해주어서 편의점 평론가다운 책을 집필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 스토리와 함께 먹고 싶은 편의점 메뉴를 마음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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