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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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에서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훅 치고 들어온다. 그 누가 덤덤하게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살면서 가끔은 이렇게 책으로라도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어떤 죽음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접하며 더욱 힘차게 살아가고자 이 책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당신의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시겠습니까?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마지막 순간들

(책 띠지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김범석.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다. 항암치료를 통해 암 환자의 남은 삶이 의미 있게 연장되도록 암 환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상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미국임상암학회, 유럽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등 여러 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누군가의 어제는 우리의 오늘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오늘은 또 다른 이의 내일에 영향을 미친다. 삶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고 우리 모두는 이어져 있다. 누군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억이 다른 이의 삶에 작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진 빚을 비로소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아서 당신에게 바친다. (8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예정된 죽음 앞에서', 2부 '그럼에도 산다는 것은', 3부 '의사라는 업', 4부 '생사의 경계에서'로 나뉜다. 너무 열심히 산 자의 분노, 저는 항암치료 안 받을래요, 10년은 더 살아야 해요, 말기 암 환자의 결혼,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눈을 마주치지 않는 사람들, 너무 늦게 이야기해 주는 것 아닌가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울 수 있는 권리,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암 병동에는 음울한 기운이 느껴졌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암울한 기운이 나에게로 전해져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달리해본다. 어쩌면 그것은 그저 암 환자를 대하던 내 마음이 그랬을 뿐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닫는다.

기대여명을 알게 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특별한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보통은 자기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채로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 "자, 당신의 남은 날은 oo입니다.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시겠습니까?" 물론 이 문제를 다 풀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빈칸으로 남겨두기에는 아쉬운 일이다. (63쪽)

저자는 의사 면허를 딴 지 딱 18년이 되었다고 한다. '대형 병원에 근무하는 종양내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탓에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봐왔다는 것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지연된 죽음과 늘어난 삶'의 시간들을 지켜보며, 삶의 의미에 대한 생각은 그동안 더 누적되고 단단해졌을 것이다.

미화된 사례가 아닌, 현실 속에서 충분히 볼 법한 사례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씁쓸함이 있다. 병원에서 지켜보면 의아한 점이 많다. 집안에 아픈 환자가 생기면 다들 힘을 모아서 이겨낼 거라 생각하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다들 영화나 드라마처럼 살고 있지는 않다. 혈연이 오히려 남보다 못한 점을 이 책에서도 볼 수 있다. 가족이라서 더 끈끈한 사람들도 있고, 가족이라서 더 지긋지긋하고 참담한 경우도 있다. 가족들의 다양한 모습을 이 책을 읽으며 접하는 시간을 갖는다.

타인은 모르는 대상이기에 예의를 갖추고 서로 알기 위해 대화하지만 가족은 날 때부터 가족이었으므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착각한다. 무슨 문제가 생기든 결국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상처 주기 십상이다. 언제나 '가족이니까'와 '가족인데 뭐 어때' 그 언저리에서 누구보다 가장 모르는 존재가 되기 쉬운 것이 가족인 것만 같다. (70쪽)


우리는 죽음만 잊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삶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산다. 잘 들어보라. 삶을 잊은 당신에게 누군가는 계속 말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종착역에 당도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묻는다. 이제는 남아 있는 우리가 우리의 삶으로서 대답할 차례다. (261쪽)

이 책에는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가 담겨 있다. 확실히 번역서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실화라고 생각하니, 더욱 실감 나게 다가왔다. 드라마에 나오는 에피소드 하나하나처럼 생생하고, 거기에서 전달해 주는 메시지가 마음에 쿵 하고 와서 꽂힌다. 실감 나고 아프고 책 속의 활자 하나하나가 살아움직이며 나를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다. 살아야겠다. 더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 잊고 있던 삶을 떠올리도록 화두 하나 건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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