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40만 부 기념 '한 사람' 리커버)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뒤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라는 말이다. 표지 그림을 보고 이 글을 읽으면 이 말이 더 와닿을 것이다. 살다 보면 때로는 삶의 무게가 버거워 허덕일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의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인생이니 말이다. 때로는 옳고 그름, 잘잘못을 떠나서 그냥 무작정 '당신이 옳다'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제목만으로도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특히 이 책이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책이라는 점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시선을 집중하며 이 책 『당신이 옳다』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정혜신.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1만 2천여 명의 속마음을 듣고 나누었다. 2014년 아쇼카 펠로로 선정되기도 한 저자는 지금 우리 사회엔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치유법'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자격증 있는 사람이 치유자가 아니라 사람 살리는 사람이 치유자라고 말한다. 현장에서 쌓아 올린 30여 년의 치유 경험과 내공을 집대성하여 이 책에 담았다. (책날개 발췌)

내가 말하는 공감은 '경계'를 인식하는 공감이다. '경계'를 품은 공감, 그 입체적인 공감은 집밥 같은 치유, 적정심리학의 핵이다. 잘 모르고 보면 "어, 저걸 가지고 뭘 할 수 있단 말이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공감의 위력은 어떤 힘보다 강하다.

(27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소박한 집밥 같은 치유, 적정심리학'을 시작으로, 1장 '왜 우리는 아픈가', 2장 '심리적 CPR: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 3장 '공감: 빠르고 정확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힘', 4장 '경계 세우기: 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이다', 5장 '공감의 허들 넘기: 진정한 치유를 가로막는 방해물', 6장 '공감 실전: 어떻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삶의 한복판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로 마무리된다.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데 '너는 옳다'라고 지지해 주면 상대가 오판하지 않을까. 자만심에 빠져 결국 잘못되지 않을까. 쓴 약처럼 따끔한 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게 어른다운 걱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니다. 그건 사람을 어리석고 표피적인 존재로만 상정하는 틀에 박힌 생각인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오만한 시선이다. (50쪽)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라는 믿음이지, 잘잘못을 따지며 다그치는 것은 아니다. 잘못했을 때에는 스스로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지적해 준다고 '아, 내가 잘못했구나. 그러지 말아야지.'라며 행동을 변화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혹시 직언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건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라면 정서적인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적 허기처럼 갈등과 상처들이 찾아오는데 그것들을 내 손으로 해결하는 최소한의 방법을 익히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점점 늪이 되고 지옥이 되어간다. (82쪽)

사실 고통의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일화를 읽어나가며 '그 상황에서는 그런 시도를 해보면 마음이 풀리겠구나.' 하고 깨닫는다. 특히 몸의 응급 상황에 CPR을 하는 것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심리적 CPR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존재에 눈을 맞추고 주목하면 된다는 것이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 표정이 안 좋아서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왜 그래?"라고 물었더니 남편이 화나고 풀죽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오늘 부장한테 욕을 실컷 먹었는데 오후엔 다시 사장실에 불려가서 또. 에이 참."

그럴 때 아내가 "당신처럼 성실한 사람한테 어따 대고 욕이야! 내가 가서 다 박살을 낼 거야. 다 나오라고 그래!"라고 한다면 남편의 마음이 어떨까. 아내가 진짜 회사에 쫓아가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순간 자기 편을 들어주는 아내의 존재 때문에 마음 한쪽에서 해빙이 시작된다. 신기하게도 그렇다. 이런 때 회사에 쫓아갈 마음도 없으면서 큰소리 뻥뻥치며 거짓말 하면 안 되니까 "부장한테 좀 잘하지 왜 또 그랬어. 신경 좀 쓰라고 했잖아!"라고 바른말을 해주면 가정에 평화가 찾아오나. 세상에 정의가 흘러넘치나. 어느 쪽도 아니다. (308쪽)

어쩌면 이 이야기가 이 책에서 전달해 주는 많은 부분을 아우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것, 가끔은 버겁고 힘들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곁에 소중한 사람의 공감과 응원이 있기에 버틸 힘이 생기는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무조건 지지해주는 힘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실어줄지, 때로는 너무 힘든 그들을 위해 내가 어떻게 심리적 CPR을 해줄지 터득해나간다.



이 책은 저자가 온몸으로 체험하고 터득한 심리치유에 관한 이론과 경험을 옮긴 글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물론 이 책에 담긴 사례가 정답은 아니라고 해도, 살면서 이도 저도 모르겠고 길을 잃고 방황할 때에는 이 책을 읽으며 방향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인간관계가 풀리지 않을 때, 어쩌면 이 책에 담긴 사례를 읽으면서 생각지 못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겠다.

본문에서는 모두 당사자의 동의를 구한 사례를 수록하였고, 사례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표기하는 등 몇 가지 사항을 변경했다고 일러준다. 즉,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사례들이어서 더욱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같은 문화권에서 살고 있으니 다른 듯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을 테니, 이들의 이야기에 자극을 받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읽어나갔다. 특히 '우리의 일상적인 공감은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는 심리적인 CPR이 된다(305쪽)'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2018년에 초판 1쇄를 거쳐 2021년 초판 35쇄를 발행한 책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책이다. 심리학 서적을 찾는다면 이 책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건네줄 것이다.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