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3650일 - 길고양이를 거둔 지도 10년이 되었다
조선희 지음 / 천수천안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표지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렇게 쪼로록 줄을 서서 걸어가고 있는 건지. 길고양이들이다. 이 사진에 대한 부연 설명을 읽어보자면 '아랫마을로 내려온 밥퍼 아줌마(저자)를 쫓아왔다가 아줌마 뒤를 밟아 다시 집으로 올라가는 녀석들'이라는 것이다. 오롱조롱 길고양이 대식구를 거느리고 지낸 10년 세월을 이렇게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표지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길고양이를 거둔 지도 10년이 되었다'라고 말이다. 이 책을 펼쳐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길고양이들의 사진 중에 이 사진이 제일 나은 것이 아니라, 이 책 속 사진들이 다 이 정도의 느낌 이상은 준다는 것을 말이다. 고양이는 힐링이다. 지치고 힘들 때에는 고양이가 정답이다. 이 책 『길고양이와 3650일』을 보면서 행복한 미소가 번지는 마음 푸근한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조선희. 작가, 기자 등을 거쳐 지금은 지리산 자락에서 길고양이들과 더불어 쉬엄쉬엄 느릿하게 늙어가고 있다. (책날개 발췌)

여기 나오는 사진은 내가 길고양이를 만난 그때부터 십 년간 핸드폰으로 찍은 기록이다. 그런 만큼 사진 또한 3650장 넘게 저장하다 보니 사장시키기가 아까워 책으로 묶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물이라 핸드폰으로는 순간포착을 하기가 용이하지도 않았다. 부족하지만 그동안 녀석들과 정들인 밥퍼아줌마의 욕심이다. (38쪽)

내 딸이 말했다.

엄마, 우리 집에 숨 쉬는 생명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지.

신기해.

나는 그 신기한 생명을 자세히 관찰한다. 신기하다.

검은 솜털로 뒤덮인 조그마한 것이 살갗을 들먹이며 숨을 쉰다.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사랑한다 쓰다듬으면 조는 표정을 짓고 외출길 돌아오면 주먹만 한 얼굴을 발등에 비비며 반가워한다. (33쪽)

고양이를 키울까 말까 고민만 10년 이상 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에 그냥 이렇게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한다. 때때로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버거운데 고양이까지 모실 생각을 하니 아찔하긴 하지만, 이렇게 숨 쉬는 생명의 신비를 느끼는 장면을 보면 살짝 흔들리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삶에 어우러진 길고양이들의 모습에 부러움 가득하다. 저자는 10년을 모은 사진 중에 고르고 골라 책을 펴냈다고 한다. 나도 길고양이 밥 좀 줘봐서 아는데, 얘네들 사진을 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조금만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면 후다닥 사라져버리는데 어느 세월에 사진기를 꺼내들고 찍어서 작품을 남기겠는가. 정말 몇 장이라도 건지면 그게 대단한 일이었다. 그건 그냥 내 사진 실력을 탓하고 다른 이들이 보여주는 사진을 감상하는 걸로 대신한다.

여기에 실린 고양이들의 사진은 이들의 일상 속 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하나씩 짚어보다 보면 생명의 신비가 와닿는다. 이 책에서 사진으로 만나는 고양이들이 풋풋해서 아침 햇살 같다. 제대로 상큼한 기운을 받는다. 시들시들한 나에게도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느낌이다.



간밤에는 어디서들 잠을 잤는지.

마당에 은신처를 여기저기 만들어 두었지만 그곳에서 잠을 자는 것 같지는 않다. 각자 마을에 흩어져 나름대로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찾아들어 밥 먹고 놀다가 저녁을 먹고 날이 저물면 각자 자기 처소로 돌아간다.

오늘밤도 무사히 잘 자고 고운 꿈꾸길. (343쪽)

한때 길고양이들이 이만큼 모여들기를 기대했던 길고양이 집사 지망생으로서 이 책을 무척이나 인상 깊게 보았다. 고양이들에게 때맞춰 밥 챙겨줄 여력까지는 없으니 책을 보며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고양이들에게 보리, 금강, 해탈, 호순, 깜찍, 밥풀 등등 이름도 지어주고 서로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삶을 함께 하고 있으니, 진정 내가 원하는 길고양이와의 삶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한동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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