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류정호 지음 / 파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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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니 딱 느낌이 온다. 신장 하나를 내어주었다는 말이다. 누구나 가능한 일이지만 그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짐작도 못할 일이다. 이 책은 만성신부전증으로 투석을 이어오던 남편의 보호자로 병상을 지키고, 남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공여자로서 이식수술을 자처하며, 퇴원 후 예후의 관리자로서 일상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라고 한다. 기록으로도 의미 있고, 어쩌면 같은 고통에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고 길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간병 일기이자 치유 에세이인 이 책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류정호.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의 생명사목연구회와 가톨릭대학교 가톨릭 생명윤리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스토리텔링으로 떠나는 꽃차여행》 《여행길에 찻집》 《마음 하나 챙겨 떠나는 찻집여행》 등이 있다.

투석만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망가진 콩팥은 되돌리기 어렵더군요. 환우들이 한쪽 필을 내놓은 채 투석줄에 자신을 맡기고 있는 인공신실은 형장과도 같았습니다. 투석기에서 연신 돌아가는 붉은 피가 어찌나 처연하던지요. 시간이 지나면 형장도 익숙해지는 모양인지, 삶의 난관을 배회하는 남편 곁을 지키며 짧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틈이 날 때마다 끄적여온 글이 점점 부풀어 올라, 이식 후 여섯 달이 지나는 동안 예상치 않게 책으로 엮였습니다. (7쪽)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기꺼이 내어주다'에는 산다는 것은 조용히 우는 것, 이식 전 검사 건사 검사, 장기 하나에 담긴 한 사람의 생애, 나로 인해 누군가 웃을 수 있다면, 사랑은 두려움을 밀어내지, 이식의 마지막 관문 서류 서류 서류 등이, 2부 '겸허히 받아들이다'에는 내어주고 받아들던 순간, 내 배에도 왕(王)자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기적은 현재진행형, 공연한 공치사는 NO!, 산다는 게 말이야,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시작부터 마음이 쿵. 그래, 지금은 복면 사회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인데,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손씻기, 마스크, 사회적 거리 등의 지침으로 정말 숨쉬기 조차 힘든 상황이니 그 고통이 오죽할까.

신장이란 게……. 허리 바로 위 척추 양쪽으로 200그램 내외의 어른 주먹만 한 크기라는 것. 강낭콩처럼 생기고 빛깔이 팥색을 띠어 콩팥이라는 별칭이 있다는 것. 우리 몸의 건강을 절대적으로 지켜내는 파수꾼이라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지난날이다. 그리고 신장의 기능이란 게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나 약물에서 생긴 노폐물을 없애고, 우리 몸 안의 수분과 염분을 조절하며, 혈액과 체액의 전해질과 산염기의 평형을 조절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 (35쪽)

왜 우리는 몸이 안 좋아지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되는 걸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도 흘려 듣다가 아프고 나서야 후회하지만 늦곤 한다.

아픈 사람의 보호자로 있으면 어떤 때는 대신 아프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박해진다. 어떤 때에 의료진을 재촉해야할지, 또 어느 정도여야 급하게 행동에 옮겨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숨이 차면 응급실로 오라고 했지만, 어느 정도로 숨이 차야 응급 상황인지를 가늠하지 못했다.(37쪽)'와 같은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으니 보호자 일기인 이 책을 읽으며 속상하고 우왕좌왕 한 그 마음을 들여다본다.




 

이식을 앞두고 두렵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거짓말 같지만 나는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아, 전혀 없다기보다 두려움에 맞선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신장 두 개 중에 하나로는 잘 살아갈 수 없단 말인가? 아니면 자주 아프거나 수명이 줄어들까?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들 듯 온몸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나를 주고 남은 하나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데 뭐가 두렵단 말인가? (77쪽)

이식을 앞두고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과 '이식수술로 일심동체를 이룰 것이며, 동병상련의 길을 함께 걸어갈 천생연분'이라고 말하는 당찬 모습에 감탄한다.

신장이식은 이식을 결심하고 그냥 수술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이 복잡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 과정 또한 상세하게 살펴본다. 신장투석을 하는 남편에게 신장이식을 해주기로 하고 수술까지 겪게 되는 일과 준비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일까지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에필로그 '인생의 한쪽 문이 열릴 때, 다른 한쪽 문이 닫힌다'라는 제목을 보면 무언가 복선이 깔린 듯하지 않은가.

내 몸의 일부가 남편 몸으로 건너가 그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 절반의 행복만으로도 모든 걸 얻게 될 줄 알았다. 인생살이는 각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다. 드라마의 묘미는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있다고 했던가. (220쪽)

이번에는 건강한 보호자였던 저자가 환자가 된 것이다. 인생 참 그렇다. 예상치 못할 이야기가 벌어지는 게 인생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형이겠지만, 이번에도 두려움에 맞서 잘 이겨내리라 생각한다. 환자의 보호자로 작성해나간 간병 일기이자 에세이인데 진솔한 마음이 느껴져서 더욱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는 글이다. 제발 아프지 말기를, 이번에도 잘 이겨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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