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설운영. 조현병을 겪는 아들의 아버지다. 지난 20여 년간, 아들의 정신장애를 치유하기 위해 사회적 질타와 시선, 가족간의 갈등, 당사자였던 아들과의 힘겨운 사투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나갔다. 보이지 않아서 잡히지 않고, 피할 수도 없어서 더 간절했고, 그 무엇으로도 해결 불가능했던 병이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려갔던 그와 그의 아들에 대한 이 이야기가,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고 드러내고 싶어도 드러내지 못하는 수많은 정신장애자의 가족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눈물을 가슴으로 토해내면서 이 책을 집필했다. (책날개 발췌)
정신의 질병으로 사회에서 고립되고 피어보지 못하고 부스러져 내리는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괜찮아,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어, 삶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그들에게 있어 삶은 무엇일까? 어쩌면 커다란 지옥일 수 있고 끔찍한 환영일 수도 있다. 우리의 관심과 따스한 시선은 이 삶이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본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삶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와 인트로를 시작으로, 1부 '시련이 찾아오다', 2부 '함께 겪어야 하는 사람들, 가족', 3부 '아픔을 넘어 세상 속으로'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정신질환, 특별한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생활 속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그것이 아이의 고통인 줄 몰랐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도록 아이는 밖에 나가지 못했다. 무엇에 충격을 받아서 저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일까? 아이 안에 무슨 고민이 있어서 꼼짝하지 않고 잠만 자는 것일까?
아이가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허상의 세계 속에 떠 있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20년 동안을 벌떼처럼 따라다니던 피해망상과 불안 속에서 지냈다. 아이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헛것들과 헛것이 아닌 것들과의 틈 속에서 시들어 갔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뒤섞임은 일상이 되었다. 그것들은 아이 의식의 바닥까지 흔들어 놓고 초죽음을 만들었다.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이는 왜곡되고 불투명한 시간과 공간 속에 갇혀, 온 천지가 무너져 내리는 공포 속에 있다는 것을…….
삶의 실체가 다 지워지고 불안의 베일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긴 시간이 흘러야 했다. (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