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깨달음이고 달콤함은 달콤함이었다. 나는 짧은 기쁨을 주는 마약 같은 명품 쇼핑을 끊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어제도 오늘도 새로운 명품을 구매하며 할부인생을 이어오고 있다. 짐작컨대, 내가 17년이나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할부인생이 크게 한몫을 했으리라. 지금도 나는 열심히 카드를 쓰고 그만큼 충실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마치 전당포에 인생을 맡겨놓은 사람처럼. 그러니 혹시라도 당신이 퇴사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한 가지 충고를 건네겠다. 명품을 살 때는 반드시 3개월 이내로 할부를 끊으라고. (27쪽)
아, 솔직하다. 너무나 투명하게 솔직한데 이 또한 맞는 말이다. 게다가 명품 쇼핑이라니, 이보다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또 있겠는가.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서 사표를 품고 다니다가도 할부금만 생각하면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가볍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현실 직장인 에세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은 직장인이라면 확 와닿을 것이다. '내가 상사에게 하는 소심한 복수는?'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말이다. '1위 인사 안 하기, 2위 은근슬쩍 반말하기, 3위 중요한 말 전달 안 하기, 4위 술 마시고 꼬장 부리기, 5위 한 손으로 물건 건네기, 6위 상사가 먹을 음식에 더러운 짓 하기, 7위 연락 오면 무시하기 or 말 걸면 못 들은 척 하기'라고 한다. 미운 상사에게 스트레스 받을 때 떨어진 업무 효율은 가끔 소심한 복수가 성공하면 다시 회복되고는 했다니, 인간적으로 6위는 말리고 싶지만 다른 건 안 들킬 정도로 해보는 것도 통쾌하긴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