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박정선. 패션지 기자, 커머스 스타트업, 유통 회사, 미디어랩을 다니며 그저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주식, 펀드, ETF, 외국채 등등 투자도 열심히 했다. 직장생활도 투자도 그렇게 그저 열심히, 착실히 하다 보면 집 한 채 정도는 장만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그제서야 '자본주의'라는 녀석의 생리가, '돈'이라는 녀석의 본질이 궁금해졌다. 마흔 넘어 뒤늦게나마 시작한 돈 공부, 앎의 차이가 삶의 차이가 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그 공부 내용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 금융과 경제를 일반인의 시선으로 풀어내고자 금융 콘텐츠 미디어 푼푼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책날개 중에서)
그가 난생처음 주식 계좌를 만들었을 때는 일주일 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고, 그해 봄에 가입한 중국펀드는 결국 수익률 -50%를 찍고 손절했다. 친구 따라 제주도에 땅을 보러 갔다가 그냥 왔더니 두 달 후에 연예인이 그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그 땅값이 10배로 뛰기도 했다. 언젠가는 나라가 망하겠다 싶어서 인버스 ETF를 사 모았더니, 갑자기 대통령이 탄핵되고 주가가 쭉쭉 올랐다. 그가 도대체 누구냐고? 그래, 그 남자가 바로 나다. (22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부의 도약을 꿈꾸며'를 시작으로, 1부 '부의 출발선: 우리는 우리를 모른다', 2부 '돈 공부의 시작: 부자들만 아는 자본주의 생존 금융', 3부 '부의 도움닫기: 무엇을 어떻게 사는가', 4부 '부자의 속도로 달려라: 투자는 나의 힘', 5부 '부와 나의 연결: 부를 향해 도약하는 우리의 자세'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우리의 목표는 완주'로 마무리된다.
회사는 늘 다니기 싫고, 돈은 늘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언제부턴가 서걱거리는 무릎은 좀 안 아프면 좋겠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일상에 촘촘히 치고 들어오더라도 그리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방 익숙해질 만한 불편함이니까요. '무릎이 시린 거지 암에 걸린 건 아니니까.'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기에 그렇게 그 불편함들을 불안해하면서도 묵혀두곤 합니다. 그런데 나이 마흔을 넘어서니 '돈'이라는 녀석이 처음으로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집 한 채 없이 전세만 전전하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 나중에는 전세금도 마련하지 못해 월세로 허덕이다가 노후 대책 같은 건 꿈도 못 꾸겠구나 싶은 두려움. 그제서야 돈이라는 녀석이 처음으로 궁금해졌습니다. (6쪽)
어쩌면 비슷비슷한 마음으로 돈을 대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생각된다. 그런 점이 이 책에 더욱 몰입해서 읽어나가도록 만드는 계기가 된다.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어려서는 돈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되는 것으로 배웠고, 커서는 그냥 가장 만만한게 예적금에 펀드 정도로 하지만 그것도 잘 모르고 그냥 은행에서 권하는 대로 했고, 그래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막상 시작해보았지만 경제기사는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고 생소한 느낌이 드는 것 말이다. 그러니 조금 관심을 갖다가 다시 잊고 원위치하기를 여러 번, 시작만 있고 꾸준함은 없었던 것이다. 이자가 너무 적으니 은행 이용에 한숨이 나지만, 그렇다고 투자 잘못했다가 원금마저 날린 사람들의 뉴스를 보면 주저하게 되고, 너무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만 든다.
계좌만 놓고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차라리 나은 수준이다. 아니면 뭐라도 하나 사놓고 그냥 잊는 게 오히려 재테크였을 수도 있다. 요점이 뭐냐면, 어차피 아무것도 몰랐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했지,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벌어도 요행이었고 벌지 못한 것은 무지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22쪽)
저자는 열심히 재테크를 해보겠다고 했으나 열심히 잃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깨달음을 얻고 본격적으로 돈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누구든 잘 모르고 하면 마이너스의 손이 될 수 있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초심자의 행운을 누리게 되어 벌더라도 그게 화근이 되어 더 크게 잃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책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돈 이야기인데, 같은 일반인으로서 이제야 돈에 관해 조금씩 알아가며 하나씩 배워나가는 입장에서 듣기에 생생하고 쏙쏙 들어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