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전은수 지음 / 달꽃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애증의 관계라고 할까. '가족'에 대한 생각 말이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그렇기에 가장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이 책을 선뜻 펼쳐들기 두려웠다. '언젠가 맞이하게 될 이별의 순간이 너무 큰 상처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라는 표지의 말은 미워했지만 이별은 두렵고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막상 이 책을 펼쳐 드니 그냥 우리네 삶이랑 다를 바 없이 다가오는 거다.

조카 혼자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하는 것이 영 걱정스러웠던 고모들은 결국 일정에 합류해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할머니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신경 쓸 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떠나오니 살만하다며 맥주를 잔뜩 챙긴다. 내내 싸워대는 두 조손을 본 고모들은 '저렇게 싸우다가도 또 금방 화해하겠지. 다음엔 유럽을 가봤으면 좋겠네.'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건,

여든세 살 할머니와 스물다섯 살 손녀

그리고 마냥 신난 고모 둘의 인생 사는 이야기다. (14쪽)

이 정도면 되었다. 이런 이야기면 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 『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에 시선을 집중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전은수. 천문학을 전공하며 어린 시절의 꿈은 작가였다. 아버지와 함께 휴가를 떠나 천문대를 구경한 이후 천문학자로 장래희망을 바꾸었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을 계속 좋아해 학창시절에도 틈틈이 습작을 하였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프롤로그', 2장 '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3장 '캐나다', 4장 '코타키나발루', 5장 '상실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6장 '에필로그'로 나뉜다. 이야기 외전_1년 후 인터뷰로 마무리된다.



"할머니. 다음엔 나랑 같이 여행 갈까요?"

"그래. 어디든 가자, 같이. 너희가 갈 수 있으면 거기가 어디든 나도 갈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 미안한 마음으로, 어쩌면 조금의 자기 위안을 위해 여행을 제안했다. 너희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나도 어디든 갈 수 있다던 할머니는 정말로 캐리어를 챙긴 후 나를 따라 나섰다. 죽어라 싸우고 화해하며, 투덜대다 이내 깔깔 웃으며.(119쪽)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죽어라 싸우고 화해하며, 투덜대다 이내 깔깔 웃으며'하는 여행이다. 아마 어떤 가족이든 마냥 행복하고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투닥거리면서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는 한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시간이 없었다면 서로를 이해하기 더 힘들었고, 영영 평행선으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가족들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이 책에 여행 이야기만 있었다면 그냥 평범한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5장 '상실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하여'에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이 이 내용만 있었더라면 읽기를 머뭇거렸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 책이 여행 이야기만 있었다면 평면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조합되니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복합적으로 다가와서 내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상실에 관해, 이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에게 끝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었다. 당신이 떠나거나, 혹은 내가 떠나거나.

(251쪽)



지금은 코로나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되어버렸는데 '이야기 외전_1년 후 인터뷰'도 참신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부분에서 함께 여행하신 할머니와 고모들 인터뷰를 담은 것이다. 읽다 보면 음성지원이 되는 듯 이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포인트. 분명 만난 적 없는 분들인데 왜 이렇게 익숙한 걸까, 생각해 보면 정답은 이 책 속에 있다. 여행 이야기를 생생하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와 손녀, 고모 둘의 여행 이야기는 흔치 않은 조합이어서 그런지 이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도 엄청 궁금한 마음에 읽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이별해야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면, 살아있는 동안 지금보다 더더더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서 상실 후의 시간을 버텨낼 힘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여행과 가족과 삶과 상실, 우리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잘 눌러 담은 책이어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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