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간다. 알라딘의 램프를 보는 느낌이랄까. 문지르면 나타나는 지니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것처럼, 부자인 주인공 하피드가 에라스무스에게 궤짝에 담긴 두루마리를 공개한다. 바로 그 부의 '비밀'이라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광채로 이 방이 가득 찬다고 해도 지금 이 작은 나무 궤짝 속에서 자네가 보고 있는 것들의 가치보다 크지는 못할 걸세. 내가 누렸던 성공, 행복, 사랑, 마음의 평화, 그리고 부귀는 모두 다 몇 안 되는 이 두루마리 안에 담긴 것들 덕일세. 나무 궤짝과 그것을 나에게 넘겨준 현인에 대한 빚은 절대 갚을 수 없는 것이라네. (19쪽)
에이, 그런데 에라스무스에게 알려줄 것도 아니면서 살짝 보여만 주고 다시 궤짝의 뚜껑을 닫아버리다니 감질맛이 난다. 도대체 누구에게 두루마리의 비밀을 전해줄지, 그 내용은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하피드가 들려주는 지난날의 추억 속으로 오버랩되며 과거 하피드가 두루마리를 전해받는 이야기를 영화처럼 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