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의 희생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사람, 일단 그 사실을 알고 이 책을 읽어나가면 책 속 문장들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아니, 소설은 보다 복합적이다. 하나의 사실이 단순하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얼기설기 복잡한 그물처럼 가지를 뻗어나간 느낌이랄까. 읽다보면 풍부한 구성에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하게 된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떨까. 기억에 남아 있는 것들을 차라리 잊어버렸으면 좋겠지만, 제발 기억나지 않으면 좋겠건만,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 기억을 어찌할꼬. 게다가 누군가가 블랙 아이드 수잔을 일부러 심어두었다면? 거기에서부터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지금은 2월이에요." 나는 조용히 말했다. "블랙 아이드 수잔은 여름에만 이렇게 활짝 피죠." 나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 "사흘 전 내 생일에 누가 심었어요. 누군가 내게 보여 주려고 일부러 키워서 내가 잠자는 방 창문 아래에 심어 놓은 거예요." (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