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여덟 살, 포르투갈 태생, 독신의 의사.
히카르두 헤이스는 브라질에서 16년 동안 정치적 망명자로 살다가 포르투갈이 전쟁으로 나아가고 있던 시기인 1935년 12월 말 고향으로 돌아온다.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로 돌아와 몇 달간 묵게 된 리스본의 브라간사 호텔에서 히카르두 헤이스는 페소아의 유령과 함께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며 기묘한 우정을 다진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정도의 내용은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쩌면 그 이상을 알고 시작하는 편이 낫겠다. 이 소설을 읽어나가다가 갑자기 난데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사 책소개를 찾아보았다. 나는 이 정보를 알고 나서야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는 시를 쓰는 의사인 히카르두 헤이스(페르난두 페소아의 또 다른 이름 중 하나로, 이는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가 페소아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이민을 떠났던 브라질에서 고향인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16년 만에 돌아와 9개월간 겪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 속에는 아마도 죽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염세주의자 히카르두 헤이스,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시기를 겪기 직전의 노후한 유럽,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헤이스를 종종 찾아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포르투갈의 위대한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세 층위가 겹쳐져 있다. 작가는 분신인 헤이스가 창조자인 페소아보다 9개월을 더 살면서 무덤 속의 페소아를 불러내 새로이 우정을 다진다는 내용을 통해 이 둘의 관계를 독창적으로 활용한다. (출판사 책소개)
주제 사라마구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도 어두침침한 분위기에 지독하게도 상세한 묘사에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런데 그 글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 되는 묘한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