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로 살 뿐 2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다만 나로 살 뿐 2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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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제2권 『다만 나로 살 뿐 2』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 스님의 세계 일주 여행기이다. 저자가 세계 일주 1호 스님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겨서 1권을 읽고 보니, 바로 2권까지 이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제,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두루마기 승복, 낡은 삿갓, 흑요석 염주와 함께한 2년간의 세계 일주

(책 표지 중에서)

이 책을 바라보면 딱 봐도 '스님이 쓴 책'이라는 정체성이 느껴지는데, '스님의 세계 일주'라는 소재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 스쳐 지나가는 종교인들을 보면 이들의 시선으로 본 세상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나보니 흥미로웠다.



2권에는 일본, 터키, 이스라엘, 이집트, 영국, 탄자니아, 나미비아, 남아공,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 미국 등의 여행지가 담겨 있다.

스님의 여행이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배낭여행을 하는 누군가의 여행기를 보는 듯하다. 세계 일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습 삼아 제주도와 일본에 가보았는데, 제주도에서는 여행 장비 테스트 목적으로 스쿠터를 빌려 해안 도로를 달리며 일주를 하고 야외에 텐트치고 잠을 자보기도 했으며, 일본은 카우치서핑을 경험해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원제 스님이 바라본 세상과 그 안에서 만난 풍광, 그리고 사람 이야기가 진하게 담겨 있다. 특히 스님의 호기심과 그로 인한 인연이 카우치서핑으로 연결되는 것이 신기했다.

'혹시 이스라엘에 있는 유대인 중에서도 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카우치서핑으로 유대인 친구 집에 머물며 유대교에 대한 조사를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구글에서 검색을 하다가 마침내 찾아낸 곳이 바로 관음선원이었습니다. (49쪽)

여행은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담아낸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세상을 넓히는 일이다. 만약 내가 그곳을 여행한다면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을 테니,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하게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세계 일주를 하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 3대 블랙홀이 있습니다. 물건뿐 아니라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중력이 강한 천체처럼, 여행자들이 한번 들어서면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 세 곳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파키스탄의 훈자, 태국의 방콕 카오산 로드, 이집트의 다합입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세계 일주 중에 파키스탄 훈자에는 가보지 못했고, 태국의 카오산 로드는 그 번잡스러움 때문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집트의 다합은 달랐습니다. 요르단을 떠나 이스라엘 국경을 거쳐서 제가 이집트 다합으로 들어온 날은 2013년 11월 29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블랙홀과도 같았던 다합을 빠져나온 것은 2014년 1월 4일이었습니다. (62쪽)

여행을 좋아하거나, 장기간 여행을 해본 사람 특히 배낭여행자가 되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더욱 솔깃해서 읽어보게 될 것이다. '여행'에 방점을 찍고 여행기를 넘겨보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니 말이다. 특히 '3대 블랙홀'에 대한 호기심도 있던 터라, 더욱 솔깃한 마음에 이 책을 읽어나갔다. 세계 일주 중 단일 장소로는 가장 오랜 기간 머문 곳이 다합이라고 하니 어떤 매력이 있는지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는 '스님'의 책이라는 점에서 종교적인 편견이 약간의 거리감을 느끼게 했는데, 막상 읽다 보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세계 일주 여행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여행기라든가 공무원의 여행기 등과도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냥 누군가의 세계 일주 여행 이야기를 책을 통해 바라보며 그 감상을 함께 하는 데에 의미가 컸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기대 이상의 진솔한 여행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도 풍성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고, 여행지의 풍경 사진과 스스로 사진 속 풍경이 된 모습도 이 책을 다채롭게 장식한다.



세계 일주를 다녀온 뒤, 간혹 이런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 스님 세계 일주를 마쳤는데, 세계 일주를 다녀온 소감이나 의미랄 것이 있는가요?"

대부분의 경우 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일생의 크나큰 과제나 경험과도 같았던 세계 일주를 마쳤으니 나름의 의미 규정이 필요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내 다시는 세계 일주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사실임을 세계 일주를 통해 분명하고도 뼈저리게 확인했으니 말입니다. 사람이란 이렇게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 가장 확실히 배우는 듯합니다. (340쪽)

원제 스님이 세계 일주를 마친 지는 6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도 그 여행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 중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 일주 역시 수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또한 수행이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눈앞의 삶으로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님의 세계 여행을 책을 통해 만나보며 내가 보는 세상도 조금은 넓어진 듯해서 나 또한 수행에 동참한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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