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로 살 뿐 1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다만 나로 살 뿐 1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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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일주 제1권 『다만 나로 살 뿐 1』이다. 2권으로 구성된 책이다. 스님의 세계 일주라니! 저자가 세계 일주 1호 스님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세계 일주의 기록입니다. 또한 눈앞의 허공을 도량 삼아 살아가는 원제라는 한 수행자의 조금은 특별한 수행기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11쪽)

표지의 사진을 보면 딱 '스님이 쓴 책'이라는 정체성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스르륵 넘겨보면 일단 사진이 시선을 끈다. 어쩌면 그런 점이 이 책을 더욱 호기심 있게 바라보도록 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의 종교적인 깨달음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이 세계 일주 여행으로 느끼는 인간다운 면모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원제 스님.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을 전공하며 수행하던 중 '여기에 뭔가가 있다', '이 사람(부처님)은 진짜를 말하고 있다'라는 확신으로 출가를 결심했다. 2006년 해인사로 출가, 도림법전 스님의 제자로 스님이 되었다. 지금은 김천 수도암에서 정진 중이다.

가 절집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수행을 시작한 지 6년 즈음 흘렀을 때, 세계 일주를 결심했습니다. 수행이 진척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듯한 답답함이 큰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때야말로 그동안 해오던 수행을 세계 도처에서 점검해야겠다는 나름의 결의도 있었습니다. 스승은 산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산문 밖의 선지식을 찾아내는 그 사람이 진정한 공부인"이라는 말을 여러 어른 스님들께 듣기도 했습니다. 마음의 눈이 열린다면 산문 밖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스승을 만나고 경험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시작한 세계 일주입니다. 2012년 9월, 그렇게 저는 산문 밖을 나가 2년여 시간 동안 5대륙 45개국을 다니는 세계 일주를 완수했습니다. (9쪽)

여행을 하며 해외에 다니다 보면 스님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복장으로 알아볼 수 있으니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알지만, 그들의 여행 준비와 실행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여행 준비나 카우치서핑을 통한 여행 계획부터 흥미롭게 다가왔다. 세계 일주의 시작점은 바로 티베트의 수미산, 영어로 카일라스, 현지 말로 킹리포체라 불리는 '수미산'이다. 수미산은 비단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에서도 우주의 중심에 있는 산이라고 믿고 있으니 많은 종교인들이 인생에 꼭 한 번은 순례하고 싶어하는 성지다. 의미 있는 여행지라는 생각에 스님의 여행기에 집중해본다.




 

미군에서 카투사로 군 복무를 마치기도 했고, 대학에서는 제2전공으로 영문학을 했던 터라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는 원제 스님은 카우치서핑도 하고,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로 견문을 넓힌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자연의 풍광도 좋고, 다양한 체험도 좋지만, 사람 사이의 만남이 역시나 가장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스님인 저에게 있어서 불교는 그 모든 만남과 소통의 시작이며 중심입니다. 불교 신자나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불교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들으며 제 경험을 들려주는 일이 제가 하는 대화의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88쪽)




 

그때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도 여행 매너리즘은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세계 일주를 하는 장기 여행자들에게는 반드시 여행 매너리즘이 찾아오는데, 저 또한 예외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이고 웅장한 자연 풍광을 보아도, 현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도,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을 해도 마음에 이렇다 할 만한 자극이나 감흥이 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좀더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데,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것들에도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바람에 기대 이상의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162쪽)

별다른 감흥 없이 익숙한 무료함으로 이어지는 여행 매너리즘을 스님도 느꼈다니 더욱 공감하며 읽어나간다. 여행이 길어졌을 때 나도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스님도 그랬다니 수행자도 역시 사람인가보다. 원제 스님에 의하면 무료함과 지루함의 연속인 매너리즘도, 언젠가 수그러들 날이 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매너리즘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이다.



책날개에 보면 세계 일주 기록을 책으로 엮자는 요청이 많았지만 그 의미를 규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어떻게 기록해나간 것일까. 이 책에 보니 블로그에 여행기를 기록해가면서도 해인사 편집부에서 발행하는 월간 <해인>과의 약속에 따라 매달 특정한 주제로 여행기를 연재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모인 글들이 이렇게 인상적인 책 두 권으로 엮인 것이다.



다양한 여행지와 그곳의 풍경,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서 금세 1권을 다 읽게 된다. 이 책의 뒤표지에 보면 '수행도 삶도 정면승부입니다. 묵은 경전 글귀에서가 아니라, 고요한 선원 좌복 위에서가 아니라, 삶이라는 생생한 터전에서 그 승부가 여지없이, 숨김없이 판가름 나는 것입니다.'라는 글이 있다. 삶이라는 생생한 터전에 스스로 들어가서 풍경이 된 경험들이 앞으로의 수행에 깊이 녹아들어 단단한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된다. 어서 2권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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