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 지속 가능한 1인용 삶을 위한 인생 레시피
김민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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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번 째는 결혼 언제 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을 법한 연령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두 번째로는 이 대답은 누군가에게 직접 대답하기는 힘들어도 책으로 출간하니 독자를 솔깃하게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라는 말은 솔깃하고 쫄깃하고 당당하게 다가온다.

내 집을 갖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비혼에 비정규직 여성인 나에게는 더 그랬다.

나는 생각을 바꿔 보기로 했다. 혼자서는 집을 갖기 힘드니 결혼을 고려할 게 아니라

비혼의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집이 필요하다고.

가장 불안한 사람이 가장 절실한 법이니까.

그렇게 나는 내 집 마련 레이스의 출발선에 섰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지속 가능한 1인용 삶을 위한 인생 레시피'를 담은 에세이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이다. 내 집 마련부터 내 마음 정리까지 유튜브 화제의 채널 '1인2묘 가구' 이야기를 이 책을 읽으며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김민정. 직업은 방송작가, 정체성은 페미니스트. 2019년부터 '1인2묘 가구'라는 비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인생은 한 번뿐! 욜로, 소확행, 플렉스에 빠져 살던 내가 어떻게 내 집을 마련했을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에게 내 집 그리고 일, 가족, 친구는 어떤 의미일까? 내 집 마련이 내 친구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되는 그날을 위하여. 지금부터 '1인2묘 가구'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1부 '운명의 집을 찾아서', 2부 '집의 기쁨과 슬픔', 3부 '나를 닮은 집', 4부 '가족을 찾아서'로 이어지며 에필로그와 '1인2묘 가구 도서 베스트'로 마무리 된다. 내 집 마련은 딴 세상 이야기라, 당신이 '여성'세입자라는 이유만으로, 운명의 집을 찾아서, 비정규직 비혼 여성도 사람이외다, 14년 세입자의 한풀이 리모델링, 집만 있으면 다 될 줄 알았지, 내일부터 안 나가겠습니다, 월세도 안 내는 옷에게 방을 내주다니, 비혼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호캉스가 필요 없는 삶, 나는 아플 때 서재로 간다, 잼 뚜껑 하나에 남자를 떠올리다니, 혼자 사는데 아프면 어떡하지, 고독사라는 헤드라인은 사양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먼저 소제목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마음에 콕 와닿는 글을 발견한다. '월세도 안 내는 옷에게 방을 내주다니'는 미니멀 라이프를 꿈꿀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잼 뚜껑 하나에 남자를 떠올리다니'는 의외로 사소한 이유로 현실 결혼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들이 궁금증을 자아내니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내 직업은 방송작가다. 그중에서도 희귀하다는 '뉴스' 방송작가로 "뉴스에도 작가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수시로 듣는다. 그러게 말이다. 사실 나도 그런 직업이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뉴스 작가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가 지옥을 맛보고 도망친 곳이 뉴스였는데, 어느덧 10년째 이 일을 하는 중이다. 전혀 적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이 막상 해보면 꽤 잘 맞는 경우가 있다. (36쪽)

저자는 '뉴스 방송작가'라고 한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하고 있던 한 방송작가를 알게 되었고, 독립했다는 그 친구가 '자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원래 능력 있는 누군가가 했다면 그냥 당연하게 여겼겠지만, 비혼에 비정규직 여성인 저자가 해낸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모범 사례로 널리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한 성취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몰입도가 있었다. 목표 금액을 달성하고 운명의 집을 찾는 과정 모두 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1인2묘 가구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끝'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더욱 솔깃했다. 비슷한 나이대와 위치에 있는 여성이라면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나는 그저 식빵에 잼을 발라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열리지 않는 잼 뚜껑이 야속했다. 딸기잼보다 새빨개진 손바닥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이럴 때 집에 남자가 있었더라면.'

아…. 겨우 잼 뚜껑 하나에 남자를 떠올리다니. 집에는 응당 남자가 있어야 한다는 낡은 신화가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었던 것일까. (200쪽)

어쩌면 결혼의 기로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이것 때문에 결혼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사소한 무언가를 이 책을 읽으며 엄청 크게 느끼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잼 뚜껑도 그렇고, 아플 때, 고독사 등의 소재도 생동감 있게 글로 버무려냈다.

나는 언제나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인색했다.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안다. 여성으로서, 비혼으로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이 비혼의 삶에 관한 작은 이정표로 남았으면 좋겠다. (18쪽)



이 책은 비혼에 비정규직 여성인 저자가 들려주는 내 집 마련과 1인2묘 가구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다들 그렇게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인생 과정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신의 색깔이 있는 삶, 소신을 잃지 않는 당당함을 응원한다. 무엇보다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에세이여서 읽는 맛이 있었다.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중간중간 출연하는 고양이 개미와 라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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