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앨리스 빈센트 지음, 성세희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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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부담스럽지만 반려식물 정도라면 내가 감당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두고 돌아다니다 와도 걱정 없고, 물만 잘 주고 햇볕 쬐면 강한 생명력으로 성장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이 책이 눈에 띄어서 반가운 생각이 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나는 식물에게 인생을 배웠다"라는 말이 주는 힐링과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라는 수식어에서 주는 느낌이 좋아서 이 책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앨리스 빈센트. 런던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던 저자는, 아파트의 작은 발코니에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바쁜 도시 생활 가운데 안식을 경험한다. 남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생긴 삶의 변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빛과 온기와 양분 그리고 수분만 있으면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성장해나가는 식물들을 보고 인생의 영감과 통찰을 얻는다. 나아가 순환의 법칙을 따라 피고 지는 식물의 생명력과 에너지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경험하며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구성은 6월부터 5월까지로 되어 있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6월 '느닷없이 찾아온 마음의 균열', 7월 '나를 일으켜 세울 의지', 8월 '단단한 뿌리가 세우는 안정', 9월 '초록 생활자의 뉴욕', 10월 '런던의 초록 공간', 11월 '가족이 거두는 사랑의 결실', 12월 '새순과 함께 움트는 마음', 1월 '행복의 싹을 틔우다', 2월 '성장의 꽃을 피우다', 3월 '작은 정원의 위로', 4월 '인생의 열매를 맺다', 5월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로 이어지며, 에필로그와 감사의 말로 마무리된다.

'내 삶의 모든 것이 구멍 났고, 바람이 너무 빠르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9쪽)'라는 표현을 보며, 반려 동물이나 식물이 필요한 바로 그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그랬을 당시에 반려식물을 떠올렸다면 좀 더 빠르게 극복했을까? 그 당시에는 반려동물을 잠깐 생각했으나, 내 몸도 버거운데 무리라고 판단되어 금세 포기했다. 왜 식물은 생각지 못했던 것인지, 이렇게 누군가의 책을 접하고 나서야 이 방법도 있었다는 때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 식물들의 원리를 다룰 수만 있다면, 어떤 힘으로 피고 지는지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나는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18쪽)'는 말에 크게 공감하며, 저자가 들려주는 식물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누구나의 인생에서 어느 순간, 위로가 필요한 때가 있다. 맘대로 안 되고 지치고, 그야말로 바닥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남들이 볼 때에는 그냥 그런 순간일 수도 있다. '며칠만 앓으면 잊을 수 있을 텐데 왜 저러지?' 하는 마음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그걸로 안 되는 때에는 더 오래전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해결책을 얻어야 한다. 저자에게는 식물이 그 역할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났다. 그냥 순전히 자신의 방식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영화에서는 음식이고, 이 책에서는 식물이다. 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접했던 기억이 있고, 잊고 살다가 인생에서 정말 버거운 순간에 문득 하나씩 떠올리며 회복해나가는 것이다.

연한 노랑 꽃봉오리들이 부풀고 며칠이 지나면 꽃잎들이 펼쳐지는데, 이제는 때를 기다릴 차례다. 다른 꽃봉오리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아름다운 식물의 연약한 첫사랑을 자르기까지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을까. 일년생 식물들은 꽃이 피고 지는 주기를 맞추도록 몇 주간 이런 비법을 쓴다. 통제하다 풀어주고 보살피다 손상을 입히는, 작은 왈츠를 추는 과정. 어떤 꽃을 얼마나 오래 살게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희망을 품다가 느닷없이 아름다움을 얼마나 지속하고 얼마나 즐기다가 끊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81쪽)



이 책을 읽으며 반려 동식물은 우리네 삶에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함부로 들일 일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어쩌면 가드닝 초보자로 당황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내가 좀 더 단단해지겠구나, 생각된다.

최근 오 년 동안 친구들, 친구들의 친구들, 동료들, 인터넷에서 연결된 낯선 이들까지 대부분 내 또래인 이들이 내게 와서 식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들 나와 똑같은 걱정거리들과 똑같은 희망사항들을 가지고 있었다. 초록 식물을 삶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고, 돌보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고, 식물이 죽어가는 게 아님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나는 종종 인내심을 처방해주고, 초심을 잃은 태도가 절대 잘못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물을 너무 많이 주었다고 알려줬다. 짧은 시간 동안의 경험만으로도 나는 적당한 햇빛과 물과 기회만 주어지면 식물은 다시 살아난다는 가드닝 철학을 갖게 되었다. 끝이 살짝 갈색으로 마른다고 바로 죽는 게 아니라, 집 안의 난방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을, 가장 최선의 방법은 기다려주고 바라봐주고 각각의 식물들이 가진 유쾌한 속도에 맞춰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는 과정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80쪽)



내게는 항상 자연을 향한 욕구가 있었다. 조부모님들과 조부모님들의 조부모님들에게서 물려받았고, 어린 시절 너무나 완벽하게 둘러싸여 있어서 오히려 자연을 인식하지 못했던 욕구가 말이다. 그 욕구는 도시의 삶 속에 담겨 있었다. 내가 술집, 바, 클럽 그리고 창고 파티의 방식들과 직장, 경력, 집, 생활, 친구, 연인, 긴 밤, 이른 새벽의 방식들을 익히고 또 옳은 일을 하는 동안에 말이다. 내가 이 모든 일을 해내는 동안, 자연은 기다려주었다. 싹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우고 씨앗들을 흩뿌리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잎이 나고 자라고 또 지면서. 겨울이 우리를 추위에 떨게 하고 봄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여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버리면서. 내가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붙잡느라 분주했던 동안, 그렇게 기다려주었다. 그러다가 내가 끝냈다고 생각했을 때, 모두 거머쥐고 안정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스스로 깨닫게 만들었다. 나는 자연을 갈망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때마다 자연을 찾았다는 것을. (408쪽)

이 책 한 권의 여정에 인생 어느 순간의 순환이 담겨 있다. 이 책이 그 과정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너무 많이 꽉꽉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식물'과 '나'가 있다. 식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그냥 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 그 이야기와 함께 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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