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 - 수술실에서 찾은 두뇌 잠재력의 열쇠
라훌 잔디얼 지음, 이한이 옮김, 이경민 외 감수 / 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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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홀린 듯 장바구니에 담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을 했다는 소리다. 이 책이 강렬하게 다가온 데에는 제목이 열일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 책은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가 들려주는 신기하고 매력적인 뇌 이야기'이다.

추천의 글을 보면 이런 말이 눈에 띈다.

2015년 작고한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는 환자 상담과 치료를 하며 겪었던 뇌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멋지게 풀어냈다. 이 책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신경외과 의사 버전이라 보아도 좋겠다. (5쪽_추천의 글 중에서)

이런 소재의 책이라면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속도를 내어 이 책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를 읽어보게 되었다.



라훌 잔디얼 박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국립암연구소에서 지정한 암 치료 전문기관인 시티 오브 호프 재단의 저명한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이다. 정교한 뇌 수술을 집도하는 수술실에서부터 선도적인 암 연구를 진행하는 실험실까지, 잔디얼 박사는 신경과학 연구의 최전선에 있다. 그가 발전시킨 뇌 기능 회복 치료는 그의 환자들에게 새 삶을 찾아주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된다. 1장 '그 무엇과도 다른 해부학 수업', 2장 '기억력과 아이큐를 넘어서', 3장 '언어의 자리', 4장 '창의력의 불꽃을 일으켜라', 5장 '머리 좋아지는 약', 6장 '우리가 잠든 사이에', 7장 '그저 숨 쉬면 될 뿐', 8장 '뇌 손상을 다루는 법', 9장 '머리에 좋은 음식', 10장 '뇌는 어떻게 스스로 치유하는가', 11장 '생체공학적인 뇌', 12장 '전기충격요법', 13장 '줄기세포와 그 너머', 14장 '젊은 뇌', 15장 '나이 든 뇌'로 나뉜다.

그건 마치 중세 시대 수술 모습 같았다. 내가 살아 있는 인간의 두개골을 처음으로 열었을 때의 이야기다. 바이스를 다물리듯 서서히 힘을 주는 기교 따위는 그 수술에서 통하지 않았다. 빠른 일격이 필요했다. 나는 머리 고정대를 가져다가 약 2.5센티미터짜리 철제 핀들로 환자의 머리를 수술대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러면 환자가 움직여도 머리는 고정돼 내가 실수로 그녀를 사망하게 할 일도 없을 것이다. (12쪽)

프롤로그부터 강렬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지 않은가. 당시에 저자는 UC샌디에이고 신경외과 레지던트 3년 차였다고 한다. 수술실에서 수없이 시니어 신경외과 의사를 보조하고 관찰하고 배웠지만, 그 수술은 집도 첫 수술이었다는 것이다. 뇌 수술 첫 집도. 어찌 생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장면, 그 심정을 들여다보는 듯 숨죽여가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나는 뇌 수술이나 뇌와 관련해 사람들이 '과학적 사실'이라고 믿는 여러 낭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위해 TV나 인터넷 웹사이트, 혹은 책들이 사이비 과학처럼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이미는 것을 볼 때면 더욱더 그렇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런 말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좌뇌적 혹은 우뇌적이다 : 이 신화는 허구라고 말하겠다.

·위장은 제2의 뇌이다 : 사실이 아니다. 뇌는 신경들을 두개골 바깥 우리 신체 구석구석에 투사하는데, 이런 확장된 신경계에는 위장관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장 신경계도 포함된다. 다양한 종류의 위장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일지라도 그 수술로 인해 신경정신적 문제를 겪지는 않는다. 심지어 위장 전체를 떼어낸 환자도 말이다.

·뇌 훈련은 거짓말이다 : 전 세계 최상위 대학교들의 선도적인 연구자들은 컴퓨터 두뇌 게임이나 인지 능력 향상 프로그램들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계속 추적 조사하고 있다.

·명상은 자연과학적 증거가 없다 : 거짓이다. 최근 연구들에서는 고대의 명상을 비롯한 현대적인 명상 수련이 실제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생리적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15~16쪽)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본문 중간중간에 '뇌, 딱 걸렸어'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냥 '거짓이다'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조목조목 설명해 주니 책을 읽으며 새로 알아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신경과학과 낭설을 분리하고, 광고를 걸러낸 진짜 희망에 대해 알려주려고 한다. 여러분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절대 내 수술대 위에 올라오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 따라서 나는 최신 과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체 약물의 위험을 축소하지도, 전통적인 약물의 이득을 과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식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내가 나누고 싶은 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과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17쪽)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이 글을 읽었을 뿐인데도 일단 속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 펼쳐 드니 푹 빠져서 읽게 되는 책이다.



저자의 생생한 뇌 이야기에 솔직히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다. 살아 있는 뇌에서 회질은 회색이 아니며, 백질은 흰색이 아니라고 한다. 회색이나 흰색은 방부제 처리가 된 죽은 뇌 조직에서만 나타난다고 하며, 살아 있는 뇌에서 '회'질은 실제로 은은하게 빛나는 베이지-핑크색이며, '백'질-지방질의 미엘린 수초로 감싸인 축삭돌기-은 윤기가 반질반질한 진줏빛이라고 하는데, 수술실에서 살아있는 뇌를 직접 보고 생생하게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눈이 번쩍 뜨인다. 뇌를 만지면 그 특유의 질감 때문에 섬뜩하다는데, 그 질감도 자세히 묘사를 해주니 허걱이다. 달걀, 치즈, 과일 등을 넣은 플랑파이나 브레드푸딩에 가깝다니 흠, 놀랍다.

줄기세포에 대한 의견도 솔직하고 속 시원하게 알려주어 도움이 많이 된다. 저자는 말한다. '현재 우리는 온라인에 접속만 하면 줄기세포로 어떤 질병이든 치료한다는 장사치들의 감언이설을 볼 수 있는 지경까지 와 있다'라는 것이다. 물론 나도 '이 비용에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이것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만약'이라는 것이 있기에 살짝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의 말에 죄책감 같은 건 스르르 녹아내리고 속이 다 시원해진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신경외과 의사 버전. 환자 치료와 상담을 통해 얻게 된 재미있는 '뇌 이야기'들을 멋지게 풀어냈다. 뇌의 신비함과 오묘함, 그리고 뇌가 유연하게 적응하는 성질인 뇌 가소성에 대해 저자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적은 단 하나. 이렇게 신비로운 뇌를 어떻게 건강하게 보호하고 유지할지 알려주기 위함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두뇌 관리 방법들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고 습관화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_이경민(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강봉균(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이 책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것은 물론, 잘못 알고 있던 사실도 교정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그래봐야 소용없대'라며 오해하던 두뇌운동을 재인식해본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뇌에 영양제를 꽂아 넣어라'의 '뇌 영양제'가 에어로빅과 저항력 운동(근력 운동) 두 가지를 결합한 운동 요법이라는 점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인데, 특히 뇌 건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책을 읽으며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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