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멍작가(강지명). 스물아홉의 여름,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훌쩍 유럽으로 떠나왔다. 지금은 독일 서쪽 도시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살고 있다. (책날개 발췌)
요즘 들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감정은 바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과 공허함인 것 같다. 언제든 함께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삶에 치여 어쩔 수 없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미래의 어느 날로 기약해야 했던 숱한 계획들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더욱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작은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훌쩍 떠나는 여행의 형태이든 집 안 가장 편안한 자리에서 즐기는 한 잔의 행복이든 간에.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를 버티게 해줄 힘은 바로 이런 단순하고 사사로운 기억들일 테니까. (7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이 순간을 즐길 작은 여유'를 시작으로, 1부 '바다 건너의 일상', 2부 '그래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3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하여'로 나뉜다. 맛있는 빵집을 찾는 법, 낡고 오래된 것들의 이야기, 노란 벽돌집 옆 작은 동네 책방, 일상 어디에든 예술은 있다, 안달하지 않아도 어른이 돼, 그곳에 남아 있떤 건, 의무적으로 하는 여행은, 오로라는 그렇게 사라졌다, 달그락달그락,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 정원, 그 시간 그 장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뭐야뭐야, 그림이 넘 귀엽고 앙증맞잖아!' 이 책을 읽으면서 첫 느낌이 그랬다. 그러면서 읽어나가다가 문득 먹어본 적 없는 책 속의 음식들을 상상하며 입맛 다시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조각조각 추억도 떠올려본다.
사람들은 때때로 달콤한 맛을 찾는다.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 여기저기 상처 난 마음에 작은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리고 마치 이 넓은 세상에 나 혼자인 것같이 외롭고 슬플 때.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는 건 그만큼 그리워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문득 어떤 음식을 먹다가 잊고 있던 과거의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갈 때가 있다. 음식이란 매개체로 갑작스럽게 떠오른 그 기억이 참으로 반갑다. 그립고 보고 싶지만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간을 달콤한 케이크 한 입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건 참 근사한 일이다. 나이들수록 유독 달짝지근한 맛을 찾는 건 지나간 달콤한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건 아닐까. (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