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김영하.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이 있다. 여행에 관한 사유를 담은 산문 『여행의 이유』를 냈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책날개 발췌)
인생은 길지 않다. 과거에 쓴 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쓸 때의 느낌은 아직 생생한데 판권면을 들춰보면 그게 벌써 십 년 전이고 십오년 전이다. 그런 책들은 마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로 보내온 메시지 같다. (9쪽)
저자는 이 여행이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 경험한 마지막 여행이라고 언급한다. 생각해보니 이제는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젊었다, 그리고(아니 그래서), 겁이 없었다'(10쪽)는 이 말에 쿵, 마음이 아려온다.
시칠리아 여행까지 착착 진행되는 과정을 보니 내가 다 두근거린다. 어쩌면 평생을 뛰던 가슴도 멈추어버린 듯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다 그만두고 소설 써'라고 이야기하는 아내가 있다니 얼마나 좋겠는가. 게다가 단 한 번도 시칠리아에 가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 없었다니, 그또한 흥미롭다. 그곳은 <대부>의 돈 코를레오네의 고향이고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며,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들이 살고 있으며 거친 사내들이 배를 타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러 떠나는 곳이다. 팔레르모라는 도시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는 것, 평론가 김현이 90년대에 『시칠리아의 암소』라는 평론집을 냈다는 것 정도가 그 섬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시칠리아에 가게 되었고, 이 책도 그래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