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X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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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장편소설 바이러스X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앗, 고구려는?'이고, 그 다음으로는 '역시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소설의 소재로 끄집어내어 작품을 쓰셨군.'이었다. 안 그래도 기사를 검색해보니 고구려 7권은 집필 중이고 내년 1월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나 말고도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보다.

이 소설 『바이러스X』는 출현과 동시에 인류를 멸종시킨다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과연 실제로 나타날 것인지를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미 치사율 60%를 보이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나타난 지금 그의 예측은 섬뜩하다. 사태가 이런데도 백신에만 의존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체외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김진명 소설은 내가 잘 모르던 세상을 알게 하는, 세상의 새로운 창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미 익숙하게 접했으면서도 잘 몰랐던 것들을 제대로 짚어주어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번에는 그동안 모르던 어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까 기대되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의 영향력에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김진명 작가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서 이 책 『바이러스X』를 읽어보게 되었다.



김진명의 소설은 먼저 '작가의 말'에서부터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왜 이 소재로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었는지 그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말이 화두처럼 다가와 '아, 그렇구나' 생각하며, 바로 본문 속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을 갖는다.



왜 인간은 바이러스와 반드시 체내에서만 싸워야 하는가.

나는 이런 화두를 던지고 싶다.

바이러스는 몸 안에서는 처치 난망의 괴물이지만 몸밖에서는 비눗물에도 죽고 가만 버려두어도 죽기 때문에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여하히 체외에서 바이러스를 인식해 피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기실 바이러스는 네 종류의 염기가 한 줄로 이어진 약 3만 바이트의 데이터일 뿐이다. 이렇게 인식하는 순간 문제는 대단히 쉬워진다. 현대의 과학기술로 체외에서 3만 바이트짜리 데이터를 인식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는 데이터 인식의 전문가들과 기술자들이 뛰어들어야 한다. 바이러스의 전기량이나 염기서열을 반도체에 기억시킨 후 센서로 이를 포착하는 일은 IT와 레이저 등 데이터 인식을 전문으로 하는 분야에서 오히려 훨씬 잘해낼 수 있다. (8쪽, 작가의 말 중에서)



 

복잡하고 의외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사실은 발상의 전환만 하면 아주 쉽게 다가오기도 하는 법이다. 저자는 인류가 이러한 인식의 전환만 이루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손쉽게 이긴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즉 코비드19란……."

정한은 말을 맺지 않고 잠시 멈추었다. 강렬한 그의 눈길이 답답함과 지루함을 머금은 연수의 눈에 한동안 머무르다 멀리 하늘가로 날아갔다.

"3만 바이트 용량의 USB예요."

정한의 목소리가 USB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귀에 남기고 떠나는 순간 연수의 뇌리에 번쩍하고 번개가 친 듯했다. 뭐라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3만 바이트짜리 USB라고. 그렇다면.

"그러니 반도체로 읽어내 정복할 수 있어요."

분명 얼토당토않은 얘기였다. 하지만 무섭게 끌렸다. 그간 네 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염기서열을 수없이 들여다보면서도 왜 그 염기의 배열이 데이터란 생각을 못 했던 것일까. 그러나 처음 보는 청년에게 그렇게 호락호락 속마음을 내비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연수는 입을 앙다물고 물었다.

(22쪽)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소재를 잘 선택해서 화두 하나 던져주니,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어나간다. 때로는 허황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아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사건은 무언가 대단한 것이라기보다는 말도 안 된다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그 무엇, 약간만 발상의 전환을 하면 달라질 수 있는 그 무엇 아니겠는가.

단숨에 읽어버렸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나간 소설이다. 흡인력 있는 소설이어서 소설 속 이야기에 금세 훅 들어가볼 수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지막 장까지 쭉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작가가 왜 고구려보다 먼저 이 책을 출간하고야 말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특히 지금 이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는 무궁무진하니 일독을 권한다.

해당 도서는 이타북스로부터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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