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나에게는 혁명처럼 다가온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이다. 고대 유물을 디자인으로 접근한 책을 지금껏 생각지도 못한 데다가, 이렇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설렌다.

요즘 한류가 대세다. 그런데 K-pop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그 옛날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선사 시대부터 조선, 근현대에 이르는 역사적 유물들의 디자인을 국내 최초로 인문학 관점에서 조명한 역작' 『한류미학』이다. 그 대단한 장정의 시작이라 생각하니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한류를 이렇게 훑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새로운 시선으로 접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최경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 디자인과에서 공업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지금은 현 디자인 연구소의 대표이자 한국문화를 현대화하는 디자인 브랜드 홋 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디자이너 입장에서 우리의 문화를 해석한 열한 번째 저서다. (책날개 발췌)

지금 박물관에 진열된 유물들은 후손들더러 박물관에 전시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시에 필요해서 만든 실용품이 대부분입니다. 당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 속에 존재했던 것들이며, 요즘 시각에서 보면 디자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유물들이 일차적으로 당대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그 안에 담겨있는 삶의 지혜는 어떤 것인지, 어떤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가 그동안 규명되었어야 합니다. (7쪽)

이 책에는 총 30가지의 고대 유물을 알려준다. 구석기 시대의 맥가이버 칼 주먹도끼, 스타일의 시작 청동검, 고구려 시대의 아르누보 불꽃문 투조 금동보관,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디자인된 캐릭터들 사신도 고분벽화, 고구려 시대의 휴대용 가스레인지 철제 부뚜막, 언밸런스한 패션미 은제 허리띠 꾸미개, 전체에 숨은 소우주 백제의 금동신발, 보도블록이 이토록 아름답다니 백제 전돌, 콜라주 혹은 믹스매치 토우가 붙은 토기, 초귀족적 일용품 초 심지 가위, 통일신라의 미적 타임캡슐 감은사지 동탑 사리구 등이 담겨 있다.



 

이 책에 구미가 확 당기는 데에는 이 글이 톡톡히 역할을 했다. 지금껏 고대 유물을 대하던 내 시각도 이번 기회에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이 책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사실 고려청자를 1500도 온도에서 굽는다는 사실은 오늘날 대중이 고려청자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별로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지금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두랄루민 합금이나 탄소섬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뛰어나고, 명품 가방도 귀한 송아지 가죽으로 무두질을 수만 번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뛰어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맛있는 음식은 맛과 풍미, 음식에 담긴 문화적 격조 등으로 평가되고, 좋은 음악은 소리가 전해주는 감동과 시대를 아우르는 세련된 스타일 등으로 평가됩니다.

생산적 전문성이 유물의 질을 좌우하는 가치인 것처럼 강조하다 보니 정작 고려청자가 가진 아름다운 곡선이나 구조적인 완벽함, 디테일한 장식성 등은 지금까지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 채 가려져 왔습니다. 고고학자나 미술학자들에게는 빗살무늬 토기 표면의 빗금이 중요하겠지만, 일반 관람객에게는 밑이 뾰족하게 생긴 희한한 형태가 더 중요합니다. 삶의 지혜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8쪽)



 

가장 먼저 주먹도끼와 스위스 군용칼을 함께 설명해준다. 이런 접근 처음이었다. 신선하다. 오리 모양 토기에서는 그것만으로 설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선형으로 단순화된 브랑쿠시의 조각 '새'를 소개한다거나 소의 이미지를 잘 해석한 피카소의 소 그림, 스피디한 3차원 곡면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자동차와 전투기, 유기적인 곡면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프랭크 게리의 루이뷔통 재단과 자하 하디드의 런던 올림픽 수영장 건축 등 시공을 넘나드는 다양한 부분에서 디자인적으로 살펴보니 엄청 흥미롭다.

그림과 사진, 다양한 유물들과 현대 작품, 건축물 등 넓은 시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고대 유물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새롭게 접근한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흥미로울지는 미처 몰랐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디자인으로 우리 유물을 살펴본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저 감탄하며 읽어나간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 보면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 유물들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우리 유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심어준 책이다. 이 책이 1권이니, 다음에 펼쳐질 유물들과 그 이야기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디자인으로 읽는 우리 유물 이야기라는 영역을 일반 대중들에게 제대로 펼쳐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