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헨
임야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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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담았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이렇게 휘몰아치는 광풍처럼 나에게 다가올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책장을 펼쳐들면 알게 될 것이다.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펼쳐질 거라는 짐작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바로 '#1' 만 읽어보아도 느낌이 확 와닿는 소설이니 말이다. 부디 표지의 단순함으로 이 소설 『클락헨』을 무방비상태로 펼쳐들지 말기를. 곧 무시무시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니 말이다. 긴장하며 이 소설을 집어든다.



산란일이 새겨진 달걀을 낳는 닭이 출현했다.

사람들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수천억 마리의 닭이 수조 개의 달걀을 낳다 보면 그런 돌연변이 하나쯤은 생길 수 있겠지', '이제 그런 닭이 나올 때도 됐다' 정도로 생각했다. 몇 년 전, 다리가 네 개인 병아리, 머리가 둘인 닭, 사람만 한 브라질 닭 등이 기사화되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5쪽)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에이, 말도 안된다며 설마 하는 심정으로 '사람만 한 브라질 닭'을 검색해보니 실제로 그런 뉴스가 있는 것이다. 기사화되었지만 내가 모르고 있을 정도면 정말 금세 나타났다가 사라진 뉴스일 것이다. 사람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그냥 그런 뉴스 말이다.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 어쩌면 실제로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훅 몰입감을 선사해주는 소설이다.

어쨌든, 학계에서도 날짜가 찍힌 달걀을 낳는 돌연변이 닭의 출현은 엄청나게 낮은 확률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학자들은 구골분의 일의 확률로 생긴 이 검은 암탉을 '클락헨-오리진; ClockHen-Origin'이라고 명명하였다.(6쪽)

 

2살 때 난황낭 종양이라는 희귀 난소암 진단하에 양측 난소를 모두 적출하는 수술을 받은 '나'는 유전학을 전공한다. 그리고 연구소에 들어가 세 가지 업무를 실행하였다. 클락헨의 감각 기관 연구, 클락헨의 시간 인지 기전을 밝히는 연구, 그리고 감염관리실과 함께 진행하는 조류 전염병 모니터링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주인공과 함께 클락헨을 연구하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간다.

다소 학술적인 글이 섞여있어서 오히려 지독하게 실감나는 소설이다. 현실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라니, 이렇게 아찔한 소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지다니! 특히 난임 부부 리처드와 앤, 피터와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처드와 앤의 배려, 그들의 사랑에 짙은 감동을 하며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져서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소재의 독특함, 전개의 신선함, 마지막의 의외성 등 이 책을 매력적이게 하는 요소가 넘쳐난다. 어쩌면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잘 아는 것부터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글을 읽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것을 읽을 때에 글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 책이 그러했다. 클락헨이라는 소재 자체부터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고, 몰입감을 선사해준 소설이다. '아름다운 멸종을 기록한 총체극'인 이 소설이 영화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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