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일이 새겨진 달걀을 낳는 닭이 출현했다.
사람들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수천억 마리의 닭이 수조 개의 달걀을 낳다 보면 그런 돌연변이 하나쯤은 생길 수 있겠지', '이제 그런 닭이 나올 때도 됐다' 정도로 생각했다. 몇 년 전, 다리가 네 개인 병아리, 머리가 둘인 닭, 사람만 한 브라질 닭 등이 기사화되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5쪽)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에이, 말도 안된다며 설마 하는 심정으로 '사람만 한 브라질 닭'을 검색해보니 실제로 그런 뉴스가 있는 것이다. 기사화되었지만 내가 모르고 있을 정도면 정말 금세 나타났다가 사라진 뉴스일 것이다. 사람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그냥 그런 뉴스 말이다.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 어쩌면 실제로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훅 몰입감을 선사해주는 소설이다.
어쨌든, 학계에서도 날짜가 찍힌 달걀을 낳는 돌연변이 닭의 출현은 엄청나게 낮은 확률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학자들은 구골분의 일의 확률로 생긴 이 검은 암탉을 '클락헨-오리진; ClockHen-Origin'이라고 명명하였다.(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