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사키가 자신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와타나베 사키는 210년 12월 10일, 가미스 66초에서 태어났다. '원래 인간의 기억 중에 빠져 있는 부분은 날조로 채워지는 것일까? 어떻게 공통의 체험에 모순되는 부분이 이렇게 많은 걸까?' 온갖 의문을 가지면서 되도록 사건의 세밀한 부분을 충실히 묘사할 생각으로 기록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초고는 산화하지 않고 적어도 1,000년은 간다고 하는 종이에, 색이 바래지 않는 잉크로 쓰고 있다고 하며, 별도로 두 부를 복사해서 모두 세 부를 남기려고 한다는 세밀한 계획까지 밝힌다. 이 수기는 1,000년 후의 동포에게 보내는 기나긴 편지라니 호기심이 생겨 그 이야기에 주목해본다.
읽어나가며 악귀, 업마, 요괴쥐, 거짓고양이 등의 등장이 다소 생소했다. 어릴 때 들었던 '망태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같은 것? 어쨌든 가미스 66초의 규칙을 알아가며, 주력에 대해 접해가며 서서히 익숙해진다. 읽다보니 왜 단숨에 읽어나가라는지 알 듯도 하다. 한치 앞의 미래가 아니라 1,000년 후의 상황에 대한 상상은 다소 생소하게 시작한다. 멈추었다가 독서를 하면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쭉쭉 읽어나가며 이미지를 그려나가야 한다. 그러다가 문득 그 세계가 훅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