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운명게임 1~2 세트 - 전2권
박상우 지음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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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며 두 번 놀랐다. 첫 번째는 '운명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쓴다고 할 때, 예상되는 그럭저럭 뻔한 그런 모습들을 생각했다면 상상력의 범위를 넓혀보아야 한다. 이 소설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으니 말이다. '이걸 이렇게?'라는 느낌이 신선했다. 두 번째는 띠지에 나온 저자의 말 "나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지구에 태어났다"라는 그 말이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냥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펼쳐드니 광활한 마법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다.

별 기대 없이 읽든, 기대를 하고 읽든, 이 소설에서는 그동안과는 다르게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주적으로 확장되는 상상력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나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 소설과 함께 하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그런 힘이 있는 소설 『운명게임』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박상우.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제12회 이병주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이 소설을 펼쳐들면 심오한 한 마디가 눈에 들어온다. 첫 장부터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샤카무니

그러면서 시작 페이지를 펼치면, '엥?' 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낸다. '새벽 2시 15분. 원룸의 천장으로부터 눈부신 원통형의 광선이 밀려 내려온다.'라고 시작하니 말이다. 무언가 강렬하지만 낯선 시작이다. 다소 생소해서 내 취향이 아닐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이보리'라는 등장 인물의 캐릭터에 빠져들고 만다. 이보리가 조필규의 전화를 받고, 어르신을 만나며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이 소설에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설가의 이야기가 담긴 글도 매력적이다. 소설이 새롭게 창조되는 우주라니, 소설 속 주인공을 창조한 창조주라니. 신선한 접근이다. 그렇게 소설 속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된다.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 이보리를 창조한 소설가이다. 이보리만 창조한 게 아니라 이 소설의 전체 시공간을 만들어낸 창조주이다. 이치상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하나님과 다를 게 없다. 하나님이 엿새 동안 온 세상과 만물과 생물과 인간을 창조하고 이레째 되는 날 안식을 했다는 걸 기억하면 될 것이다. 다만 창조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소설도 그와 같은 과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일개 소설가가 전지전능한 창조주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보리라는 인물이 나의 분신이고 내가 그의 창조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함이다. (1권, 48쪽)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소설이 아닌 철학을 하는 느낌이랄까. 심오하고 방대하다. 스르륵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멈춰서서 인간의 근원적인 무언가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사색에 잠긴다. 몰입도가 뛰어난 소설이다. 소설가가 창조한 우주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서사시이며, 그 안에서 '하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장편소설 『운명게임』의 키워드는 '나'이다. 문장으로 바꾸면 '나는 무엇인가'. 그것을 더 확장하면 '인간은 무엇인가', '인생은 무엇인가'쯤 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집요한 의구심과 탐구심은 결국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 양자역학적 얽힘과 공명으로서의 '하나'로 확장되고 심화되면서 모든 존재성이 일체를 이룬다. 그래서 샤카무니의 가르침과 우파니샤드의 '탈 것', DNA의 '칼 것(vehicle)'이 나오고 윤회가 나오고 아눈나키의 유전자 조작에 의한 호모사피엔스 창조가 나오고 외계문명의 지구 식민지배와 종교의 허구성이 나오고 갖가지 음모론이 나온다. '나'의 뿌리를 역으로 추적하면 그렇게 거대한 지구서사와 우주서사가 등장한다. 한 소설가의 황당한 소설적 상상력이 아니라 지구상 도처에 널리고 깔린 것들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소설서사가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거대 서사가 조성되는 것이다. 그렇데 그 '나'가 오늘날의 과학에 이르면 심각한 성찰의 대상으로 두드러진다. '나'라는 존재성의 본질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한 인생살이가 말짱 헛삽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320~321, 작가의 말 중에서)



픽션과 논픽션이 교차하고 본격소설과 SF, 판타지가 어우러지며 마침내 엮어낸 인간 문제의 궁극에 대한 답

나는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영혼은 무엇인가! (책 띠지 중에서)

철학적 주제를 우주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니 이 주제를 이렇게 소설로 접하는 것도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상을 통해 우주적 에너지와 교신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이보리, 그리고 이보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몰입감이 뛰어나고 철학적 사색으로 알찬 시간을 보낸 듯하다. 꽤나 괜찮은 소설을 읽었다는 뿌듯함이 느껴지고 여운이 남는다. 독자에게도, 그리고 소설가 자신에게도 여운이 길게 남으리라 생각되는 그런 소설이다. SF, 판타지이면서 철학적인 생각이 가득하게 안내해주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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