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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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 박지웅의 산문집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이다. 제목에 있는 '시'와 '고양이'라는 단어로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한 건데, 이 책의 맨 앞에 있는 '작가의 말'에 보면 그것에 대한 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고양이 책이 아니다. 시에 대한 책도 아니다. 우리 삶의 바닥과 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당신'과 '나'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과 내 곁을 지키고 있는 평범하고 아름다운 것들과 그 특별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시'와 '고양이'의 손길과 숨결이 내 삶에 따뜻한 언어가 되었으니 이 책 몇몇 곳에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스미어 있을 뿐이다.(4쪽)

그리고 이런 말이 이어진다. '우리가 '당신'과 '나', 저마다의 '시'와 '고양이'들을 되찾을 수 있다면, 이 보금자리를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5쪽)'라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지웅. 부산에서 태어나 오래된 한옥 다락방에서 시를 읽고 쓰며 청년 시절을 보냈다.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을 받고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즐거운 제사>외 4편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치열한 삶을 지탱해줄 대상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의 마음 저변에 숨어 있는 한 마리의 고양이, 한 줄의 시를 발견해주는 이야기이다. 무기력한 삶이 반복되고 도무지 기댈 곳이 없다고 느낄 때, 당신의 마음과 주변을 잘 살펴보라. 골목 한구석에 웅크렸던 당신만의 고양이가 다가와 온기를 안겨주겠다. 담벼락에 적힌 낙서처럼 나도 모르게 쓰여 있는 시가 당신의 마음을 다독이겠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는 그대에게 가는 클래식한 세 가지 방법, 그리움도 등대가 필요해, 내가 사는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지금', 심장에서 영혼까지,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 별이 되는 괜찮은 방법, 내 시는 왼손에서 출발했다, 유통기한이 없는 편지, 출발 신호를 주지 않는 세상, 왜 보고만 있는 건가요?, 기다림에 빈방이 생기면, 사람들은 당신의 등을 기억한다, 고양이와 꽃, 누군가의 울음이 나의 서식지였음을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읽어나가다가 문득 마음에 훅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포근한 꿈 같은 문장들을 건져낸다. 그림 같기도 하고, 쏟아지는 별빛 같기도 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런 것을 발견하며 내 마음을 온기로 채운다.

세상의 많은 이별이 수천 년을 건너가고 또 수천 년을 건너와 우리에게로 온다. 영혼들이 꿈꾸듯 나비에 숨었다가, 별자리에 들렀다가, 당신과 나를 꽃피우고 지게 하는 것이다. 인연이 이어지고 끊어지는 일이란 아무리 걸어 잠가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심장에서 영혼까지 팔랑대며 나는, 저 나비 날개가 일으키는 꿈이 온통 쏟아진다. (32쪽)



이 책의 제목과 동명의 글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처음부터 끝으로 이어지는 모든 부분에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생각건대, 시와 고양이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존재들이다. 아니, 어쩌면 세상의 바닥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저 바닥들이 우리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 남극 생태계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크릴새우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상에 벌이 사라진다면,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머리로 가는 길이 끊어져 열매가 사라진다. 벌의 멸종에서 시작된 죽음의 도미노가 인류 문명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채 몇 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은 결국 발 붙이고 살 바닥이 필요한 것이다.

모임은 취소되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보호복을 입고 사투를 벌이는 의사와 환자들. 결혼식과 장례식에서는 축복과 추모가 사라지고, 교실과 공항은 텅 비었다. 사람의 발길과 손길과 숨결이 공포가 되어버린 시대, 코로나가 강타한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곁'과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고서야 우리는 새삼 깨달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이다.' (156~157쪽)

시와 고양이, 코로나 현실에 이어서 평범한 일상까지, 놓쳐버린 무언가의 소중함을 생각해본다. 특히 이 글의 마지막에 주는 여운이 존재의 든든함을 전달해준다.

어느 날, 길고양이에게 줄 물과 사료를 천 가방에 넣으며 곁지기가 건넨 돌멩이처럼 흔한 말이 외려 별보다 빛나는 까닭이 그러하다. 그때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한마디를 여기 누군가에게 가만히 건네본다.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158쪽)



시인들의 어휘 구사가 부러우면서도 가끔은 시를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들의 언어는 나와는 거리가 먼 듯해서 그런가보다. 그런데 그 중간 지점으로 이 책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가 아닌 에세이로 접한 글들이 부담감을 덜게 해서 좋았다. 시인의 에세이는 내 언어의 한계를 확장시키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풍성하게 해주는 듯했다. 이 책을 읽으며 공허한 마음을 글로 채우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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