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과 동명의 글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처음부터 끝으로 이어지는 모든 부분에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생각건대, 시와 고양이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존재들이다. 아니, 어쩌면 세상의 바닥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저 바닥들이 우리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 남극 생태계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크릴새우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상에 벌이 사라진다면,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머리로 가는 길이 끊어져 열매가 사라진다. 벌의 멸종에서 시작된 죽음의 도미노가 인류 문명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채 몇 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은 결국 발 붙이고 살 바닥이 필요한 것이다.
모임은 취소되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보호복을 입고 사투를 벌이는 의사와 환자들. 결혼식과 장례식에서는 축복과 추모가 사라지고, 교실과 공항은 텅 비었다. 사람의 발길과 손길과 숨결이 공포가 되어버린 시대, 코로나가 강타한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곁'과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고서야 우리는 새삼 깨달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이다.' (156~157쪽)
시와 고양이, 코로나 현실에 이어서 평범한 일상까지, 놓쳐버린 무언가의 소중함을 생각해본다. 특히 이 글의 마지막에 주는 여운이 존재의 든든함을 전달해준다.
어느 날, 길고양이에게 줄 물과 사료를 천 가방에 넣으며 곁지기가 건넨 돌멩이처럼 흔한 말이 외려 별보다 빛나는 까닭이 그러하다. 그때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한마디를 여기 누군가에게 가만히 건네본다.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1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