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나이프 -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
하야시 고지 지음, 김현화 옮김 / 오렌지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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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NTV 방영 드라마 원작 소설 『톱 나이프』이다.

일본 최고의 뇌수술 전문 외과 병동의 '마음' 이야기'

뇌가 제대로 고장나 버린 네 환자와

언제부턴가 마음이 망가져 버린

네 천재 의사의 수술과 회복 (책 뒷표지 중)

일본 드라마 방영 원작 소설이라는 점에 더해서 이 문장의 설명이면 끝이다. 이 책을 선택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이 책 『톱 나이프』를 펼쳐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하야시 고지.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후지TV <눈물을 닦으며>의 드라마 각본으로 데뷔했다. 전문적인 분야를 그려나가는 데 강점을 드러내는 각본가이다.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세계를 다룬 '톱 나이프'는 일본과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이자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이다. 의료 세계를 휴머니즘과 엮어서 그려나가며 그가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책 속에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다. 최고의 신경외과 전문의와 이 분야에 몸담아서는 안 되는 전문의. 뇌는 생각보다 약해서 척수처럼 자가 재생 능력이 거의 없다. 따라서 다른 장기와 다르게 일단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 하기에 신경이나 섬세한 혈관이 다치는 건 환자의 죽음이나 장애를 의미한다. 불과 0.1밀리미터의 오차가, 0.1초의 망설임이, 0.1그램의 오만함이 환자를 재기 불가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모든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훨씬 높은 목표를 향해, '톱 나이프'라고 불리는 정점을 향해 매일같이 여러 가지를 희생해나가며 정진해야 한다. (7쪽)

소설의 소재도 바로 이어지는 한 장의 내용도, 나를 끌어들이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한참 읽다가 중간에 재미있게 몰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긴 하다. 물론 있긴 있다. 참으면서 읽다보면 읽을 만한 명작이거나, 마지막 반전에 찌르르 하는 경우 말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세상에 책은 많고 하루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때에는 이왕이면 처음부터 시선을 확 휘어잡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첫 장면부터 나를 휘감는 무언가가 있어서 일단 첫인상 합격에 바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런 책이 있다. 책을 펼쳐들었을 때 책의 내용이 강렬하게 나를 휘어잡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말이다. 이 소설이 그랬다. 오랜만에 소설 속 이야기에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이래서 이 소설이 드라마화되었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것 말이다. 신경외과라는 직업도, 뇌에 대한 것도, 이 책 속의 글이 그 모든 것을 새롭게 전해준다.

'하지만 우리 과학계에 세상에서 제일 위대하면서도 신비한 창조물을 만지고 도려내고 이어 붙일 수 있는, 신을 능가하는 직업이 있지. 그게 바로…… 신경외과 전문의야.'

우주에서 제일 복잡한 기관이자 50억 년 동안 진화해온 인류의 창조물인 뇌를 고치는 일. 그렇기에 정밀도와 섬세함과 위험성은 다른 외과인 심장외과나 소화기외과에 비할 수 없었다.

'다른 외과가 땅에 걸쳐진, 폭 10센티미터짜리 다리를 건너는 일이라면, 신경외과는 10층에 걸쳐놓은 다리를 건너는 일과 마찬가지야. 특별한 사람만 건널 수 있지.' (15~16쪽)



흡인력이 뛰어나서 단숨에 읽어나간 소설이다. 소설을 읽을 때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특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더해져서 작품을 살린다. 그러면서 문득 멈춰서서 생각에 잠기도록 하는 장면도 있어서 여러모로 마음을 휘어잡는다.

"뇌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아?"

"중요한 거요? …… 뇌 트레이닝 같은 건가요?"

이마데가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타인의 생각에 공감하는 능력이야. 뇌는 타인이 존재함으로써 처음으로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거든. 타인에 대한 공감…… 그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게 사랑이잖아?"

고즈쿠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타인과 이어지고 싶은 마음. 자네도 그걸 느껴봤으면 해." (284쪽)

저자가 드라마 각본으로 데뷔한 데다가 전문적인 분야를 그려나가는 데 강점을 드러내는 각본가라는 점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드라마에는 일본 최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 데다가 이 작품이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에 많은 것을 쏟아부은 듯 하다. 전문분야를 다룬 소설을 제대로 읽은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소설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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