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 일상에 집중하는 공간 탐험 비법
해리어트 쾰러 지음, 이덕임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의 눈은 밖으로만 향했는데 지금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없으니 시선이 안으로 향해야할 때이다. 그러고 보니 내 공간에 눈길을 더 주고, 나의 일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니 어느 때보다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모든 것과의 낯선 만남을 시작하다

집에 머물며 동네를 여행하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책 뒷표지 중에서)

이 책에서는 우리가 집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들려준다. 여행은 굳이 멀리 떠나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만 있으면 어디에 있든 여행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내 공간에서 탐험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해리어트 쾰러. 휴가는 늘 타국에서 보낼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탐험가로,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행복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1977년 뮌헨에서 태어나 예술사를 전공한 후 독일 언론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외로운 행성에서'에서는 방랑벽이 타오르는 날에,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던 기억,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하여, 지구는 지금 아프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의 의미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2부 '14일 일정으로 집에 체크인합니다'에는 14일 일정으로 내 공간에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행을 하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을 파악해본다. 내 공간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최대한 집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딴 휴가지에서 직장 일에 대해 걱정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머나먼 호텔의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스트레스 때문에 느긋하게 즐기지 못한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함께 보낸 첫 휴가의 고단함으로 인해 그토록 위대하게 여기던 사랑을 견디지 못한 연인이 왜 없겠는가?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왜 항상 여행만을 갈망할까? 그냥 집에서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25쪽)

특히 여행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 중 하나는 환경문제도 있다.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 생태계에 엄청난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얼마전, 유럽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기 순위에서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10위 자리에 올랐는데, 9위까지는 모두 석탄 화력 발전소가 차지했다.(그중 7개가 독일에 있다.) 그런데도 여행을 취소할 정도로 이러한 상황을 염려하지는 않는다. 기후 보호 단체인 아트모스페어는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려면 한 사람이 연간 생산하는 탄소의 양이 2.3톤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계산했다(독일의 경우 현재 국민 1인당 연평균 탄소 생산량은 11.63톤이다). (37쪽)

사실 이 문장에서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면 다음 문장은 어떨까. 좀더 구체적으로 다가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베를린에서 인도의 케랄라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면, 아유르베다(인도의 고대 의학 체계로 서구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휴양지에서 채식으로만 이루어진 아침 뷔페의 첫 스푼을 뜨기도 전에 당신은 비행기를 탄 것만으로도 이미 평균적인 인도인이 1년간 소비하는 양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39쪽)



지금껏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해본 적이 없다. 여기가 여행지라고 생각하고 2주 동안 머물러본다고 생각하니 벌써 흥미롭다.

어느새 당신은 더는 먼 곳을 그리워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그 자체로 충만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집에는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이 있으니까. 호텔에서 제공하는 베개가 아닌 내 몸에 딱 맞는 베개가 놓인 깨끗한 침대, 비가 오건 햇볕이 쨍쨍 내리쬐건 상관없이 필요한 옷이 모두 진열된 옷장,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깨끗한 물. 그리고 잘 열리고 잘 닫히며 열린 하늘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 많은 사람이 떠나고 텅 빈 여름, 도시에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은 그동안 그리워하던 나의 공간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66쪽)

2부에서는 '14일 일정으로 집에 체크인합니다'라는 내용으로 본격적으로 일일째부터 십사일째 할 일을 알려준다. 바쁘게 행군하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연도 있는 그대로 느끼며 하늘도 바라보고 방 안 구석구석 여행하는 것까지 하는 것이다. 힐링을 위한 여행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예를 들자면 굳이 템플스테이를 하러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명상을 할 수 있으니 그런 시간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할까.



이 책을 읽으며 어느새 집에서 여행하는 것조차 핑계를 대고 있는 나를 본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을 보니 아예 여행에 흥미를 잃었나보다. 어떻든 어디론가 훌쩍 2주간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하며 내 방에 체크인을 하는 것은 일상에 활력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 휴식이 필요할 때 문득 이 책을 떠올리며 내 방 여행을 감행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집에서 여행한다는 테마에 내 공간을 발견할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해주는 책이어서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머물며 동네를 여행하는 스테이케이션으로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것도 요즘 시대에 좋은 방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