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사랑한 천재들 - 백석·윤동주·박수근·이병철·정주영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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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서울이 사랑한 천재들》이다. 책 표지를 보면 '백석, 윤동주, 박수근, 이병철, 정주영'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이 책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지 궁금했다. 서울이라는 공간과 함께 그곳에서 큰 획을 남긴 인물들에 대해 담아낸 책이다.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으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책이라는 기대감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서촌 골목길, 명동, 덕수궁 돌담길, 길상사…

천재들과 함께 낭만적인 우리 서울을 걷는다



이 책의 저자는 조성관. 천재 연구가이며 작가다. 저서로는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인 《빈이 사랑한 천재들》, 《파리가 사랑한 천재들》, 《뉴욕이 사랑한 천재들》,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 등 9권이 있다. 2010년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로 체코 정부로부터 공훈 메달을 수상했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천재와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백석, 시인들의 시인', '윤동주, 슬픈 자화상', '박수근, 나목의 화가', '이병철, 끝없는 도전', '정주영, 맨손의 신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저자는 2007년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처음 세상에 내놓을 때만 해도 이 책이 연작 시리즈가 되어 제10권 《서울이 사랑한 천재들》까지 이어질 줄은 정말 꿈에서조차 생각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머리말을 통해 그간의 집필 과정과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노고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위해 2019년 4월부터 인물 선정에 들어갔는데, 각계의 후보군 중 점점 후보군을 좁혀나가며 다섯 명의 천재를 선정한 것이다. 다음 이야기를 읽고 나면 아마 이 책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오고 궁금증이 더해질 것이다.

5인을 선정해놓고 보니 생각지 못한 공통점이 두 가지 보였다. 이들은 모두 1910년대생이었고,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식민지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전란과 혼돈과 궁핍의 시대를 살았다. 한국 현대사가 그들의 삶의 나이테에 고스란히 박혀 있다. 세계사를 보면, 신은 특정 시기와 특정 지역에 천재들을 한꺼번에 내려보내는 경향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3인이 활동했던 르네상스 시대가 대표적이다. 천재 시리즈를 탄생시킨 오스트리아 빈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5인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나타나 자기 역할을 마치고는 역사에 이름을 묻었다. 백석과 윤동주는 근대 문명을 받아들인 첫 세대 시인들이면서 우리 고유의 언어로 시대의 아픔을 승화시켰다. 박수근은 독학으로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인 미술세계를 창조했다. 이병철과 정주영은 선의의 경쟁자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 경제를 이끌었다. (12쪽, 머리말 중에서)



5인의 천재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본다. 이 사람들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저자가 탐구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수록된 사진과 함께 읽어나가니 현장감이 느껴졌다.

또한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혼자 천재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만은 아니다. 무언가 계기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과 인간의 만남, 인연을 살펴볼 만했다. 어떤 계기가 되는 인연 말이다. 어떤 인간을 만나며 그것이 계기가 되고 획기적인 발전의 시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책은 읽기 전의 기대감과 읽은 후의 느낌 사이에 어느 정도 간극이 있다. 제목이 주는 기대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책은 반대로 기대 이상의 느낌이었다. 제목에서 생각한 어느 정도의 예감을 훨씬 뛰어넘어 몰입감을 선사해준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이들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서울이라는 배경으로 말이다. 번뜩이는 천재 안에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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