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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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의학, 인문학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두근두근 설레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그러니까 네이버에 서평을 남기기 훨씬 오래 전에 『명화와 의학의 만남』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장에 꽂아두고 틈틈이 꺼내 읽으며 몇 번이고 펼쳐들고 감상하던 기억을 떠올린다. 다소 딱딱하게 여겨지는 의학을 명화 속에서 발견해내는 것은 정말 흥미로웠다. 책장을 넘기면서 암호같은 명화가 달리보이고, '이런 시선으로 명화를 볼 수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다.

책은 이렇게 새로운 시선을 선사해준다. 그리고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은 펼쳐들기도 전에 이미 예감했다. '이 책이 내 인생 책이 되겠구나!'라고 말이다. 그림 속에 의학적 코드를 발견해낸다는 것은 암호를 풀어내듯 흥미롭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드는 시간을 가져본다 .



이 책의 저자는 박광혁. 진료실과 미술관을 오가며 의학과 미술의 경이로운 만남을 글과 강의로 풀어내는 내과전문의다. 그는 청진기를 대고 환자 몸이 내는 소리뿐 아니라 캔버스 속 인물의 생로병사에 귀 기울인다. 미술과 만난 의학은 생명을 다루는 본령에 걸맞게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교류하는 학문이 된다. 의학자의 시선에서 그림은 새롭게 해석되고, 그림을 통해 의학의 높은 문턱은 허물어진다. (책날개 발췌)

그림에는 흥미로운 의학적 코드들이 참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미술과 의학은 전혀 상관없어 보일 것 같지만, 뜻밖에도 둘의 조합은 매우 멋지고 경이롭기까지 한 경험을 선사하지요. 미술이 위대한 이유는 무겁고 어려운 의학에게 손을 내밀어 아라비안나이트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허락하기 때문입니다. 의사인 제가 20년 넘게 틈만 나면 전 세계 미술관을 다니는 이유입니다. (6쪽)

이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된다. 갤러리 1에서 15까지가 담겨 있다. '비통'과 '절망'이라는 불치의 병에 관하여, '이'가 들려주는 진화생물학 이야기', 시대의 우울을 그리다, '굿 닥터'의 조건, 그녀의 가는 허리가 슬픈 이유, 살아낸다는 건 눈물겹도록 힘겨운 일이지요, 삶에서 동문서답이 필요할 때, '형제의 난'의 기원, 지적이며 우아했던 어느 프랑스 여인에 관한 기억, 왜 살려내야만 하는가?, '닥터 러브'라 불린 남자, 일산화탄소에 산화한 어느 지식인의 초상, '악녀의 탄생'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1904년 7월 2일 오전 3시 그가 운명하셨습니다, 히포크라테스의 방 등의 글과 명화가 담겨 있다.



일단 펼쳐드니 몰랐던 이야기가 풍성하게 쏟아져나온다. 그림과 스토리에 집중하다보니 이 책을 읽기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해진다. 저자는 지난 20년 간 틈틈이 전 세계 미술관들을 순례하면서 감상하고 추려낸 작품들을 이 책에 담아낸 것이다. 하루 이틀의 노력으로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며,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역시 나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신세계를 만난 듯했다. 이 책으로 새로이 알게 되는 사실들로 지적 호기심을 채운다. 모르던 사실을 정말 많이 알려주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듯 흥미로워서 저절로 시선을 집중해본다. 또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의학적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색다른 느낌이어서 잠못 이루는 밤은 깊어만 간다. 이 책에 집중하다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훅 지나가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두고두고 꺼내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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