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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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이 책의 제목을 조용히 읊조려본다. 몽글몽글 미소가 지어진다. 이 책은 <연애의 참견> 작가 고민정의 에세이다. 그런데 <연애의 참견>이라면 지긋지긋한 연애, 도시락 싸들고 말리러다니는 그런 프로 아니던가. 보기만 해도 혈압이 오르는 그런 책인가 살짝 오해했다.

하지만 이 설명에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시간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바로 '매주 방송에서 그 연애를 이어가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왔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제시해왔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라는 글 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민정. KBS Joy <연애의 참견>을 기획, 제작하면서 사랑의 민낯을 마주하는 3년을 보냈다. 매주 방송에서 그 연애를 이어가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왔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제시해왔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하고 또 다시 사랑을 꿈꾸는 당신에게 이 책이 잔잔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속에서)

그래도 나는

그럼에도 당신에게

사랑하는 삶을 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바글바글 끓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도 있어보다가

미지근해진 마음속에서 친근함으로 변해버린 사랑의 평온도 맛보다가

다시 불을 지피는 순간도 맞이해보고

처음도 아닌데 여전히 허둥지둥해보는 것.

그렇게 사랑할 때만 가능한 온도들을 다채롭게 경험해보라고.

그게 당신의 체온이 될 거라고.

그러므로 여기 이렇게, 순간의 마음들을 담는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배움도 연습도 없이,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해'를 시작으로, 1장 '나는 너만 보면 자꾸 웃음이 난다', 2장 '그것이 어른의 연애라면 어른이 되지 않겠어', 3장 '여전히 사랑은 어려워서', 4장 '순간의 마음들을 이렇게, 나눠요'로 나뉜다. 다시 두근거렸지, 너에게 간다, 8월처럼 우리는, 너로 인해 욕심내는 법을 배운다 너에게 상처 주던 밤, 우리가 그리워했던 건 서로가 아니라, 사랑을 거듭하며 알게 되는 것들, 이별을 배운 적이 없어서, 나는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이 좋았다, 왜 헤어졌어?, 모든 게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 나를 지키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 자꾸웅크려드는 날은, 별거 아닌 날이 온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사랑 하나 잃은 줄 알았는데

세상을 전부 잃은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20쪽)

이 책은 짤막한 언어를 시처럼 풀어내는 에세이다. 학창시절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듣던 그 감성이 되살아난다. 슬슬 읽어나가다가 문득 쿵~ 하면서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책이다.



꺼내 입을 수도 없고, 정리할 때마다 버겁고, 볼 때마다 촌스러운 것들을 작은 공간에 끌어안고 전전긍긍. 그렇지만 이리 살펴보고 저리 살펴보고 언젠가는 아쉽고 그리울지도 몰라, 언젠가는 빛을 발할 날이 올지도 몰라, 하며 끝끝내 버리질 못한다. 골라져 나온 세 벌의 옷을 보면서 나의 미련을 생각한다. (120쪽)

옷장 정리를 하면서 차마 버리지 못하는 옷을 보며 '남은 내 미련 같구나' 깨닫는 고백도 기억에 남는다. 오랜만에 옷장 정리를 하다보면 그런 기억 하나쯤 다들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 버리지 못하는 옷과 미련에 대해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너와 헤어지는 일은

밤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일과 같았다.

차마 못다 한 말들을

꿀꺽 삼키는 일과 같았다. (121쪽)

한참을 음미하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문장을 건져내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안에서 내 마음을 건져내기도 한다. 한때 내 마음도 그와 같아서 그런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나 자신과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사랑한 기억을 안고 사는 건

부러진 바늘 하나 몸속에 품고 사는 일 .

뾰족했던 통증도 무뎌지고

내 몸의 일부처럼 그렇게 받아들이는 일.

뽑혀 나오면 그게 새삼스러워질 만큼

그렇게 잊고 살기도 하는 일.

부러진 바늘 하나가 온 몸을 휘젓는 그런, 일. (148쪽)

마음에 훅 치고 들어오는 문장들이 많다. 가을이어서 그런가. 새벽이 가까워져서 그런가. 이 책을 집어들면 말랑말랑해지는 감성이 온통 나를 물들인다. 마음에 품게 되는 문장들을 건져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잔잔한 에세이다. 시 형식에 파스텔톤 그림까지 담겨 있어서 이 책을 읽다보면 과거의 어느 순간, 언젠가의 그 마음을 끄집어내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충분히 감성적인 시간에 홀로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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