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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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세이 『의사의 생각』이다. 그런 책이 있다.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고 느낀 기대치와 실제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른 경우 말이다.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은 제목과 대략의 내용을 보았을 때에는 기대감 보통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기대를 채우고도 남는다.

사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의사를 많이 본다. 생기기도 잘 생긴데다가 환자를 쳐다보기만 해도 바로 진단과 치료법까지 줄줄 나오고, 그들에게는 수술만 받아도 죽을 사람이 다 살아난다. 그런데 현실은 과연 그렇겠는가. 다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의사들의 솔직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진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어려운 걸 이 책이 해냈다. 이 책 『의사의 생각』을 읽으며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글 솜씨 있는 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양성관.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작가다. 첫 책을 낸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이번이 다섯 번째 책인 중견 작가이자,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딸아이의 아빠이지만 사람들은 '대머리 선생님'으로만 기억하는 의사다.

진료실에서 의사는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할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 세계, 그것도 한 의사의 머릿속에 들어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구경 잘하고 가시기를.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의 순서는 시청타촉. '보다', '듣다', '두드리다', '만지다'는 환자를 진찰하는 가장 기본적인 진찰 순서이다. 의사 셜록 홈스를 꿈꾸다, 치명적인 거짓말부터 결정적인 단서까지, 그 검사 꼭 해야 돼요?, 꼼대와 멘토 그 사이 어디쯤, 잘 키운 의사 아들 아무 쓸모 없다, 명의를 꿈꾸다, 따뜻한 엄마 손길을 그리며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의사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의사다. 읽어나가면서 처음부터 빵빵 터진다. 그런 일들이 있겠구나 짐작이 가서 엄청 웃기다. "선생님, 제가 머리가 아픈데 이유가 뭘까요?"라고,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물어보면 첫 맞선에서 통성명을 하자마자 대뜸 상대가 "저랑 결혼하실 거예요?"라고 묻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선생님, 제가 어지러운데 빈혈(또는 이석증) 때문인가요?" 이렇게 특정 진단을 묻는 경우는 "다리가 네 개인 동물을 봤는데, 코끼리죠?" 하고 묻는 것과 같다나. 비유가 재미있어서 웃으면서 읽어나간다.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의사여서 글을 읽어나갈수록 마음에 쏙 든다. 읽으며 공감되는 글귀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병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것 말이다.

인간의 바닥을 보는 데에는 경찰서와 병원만 한 곳이 없다. 그곳은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곳이다. 단테가 그 두 곳을 보았다면, 지옥편을 9층이 아니라 11층으로 다시 쓸 것이다. (73쪽)

이 책을 읽으며 의사, 환자, 보호자 등의 개별적인 사례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주제에 맞게 잘 구성해서 맛깔스럽게 들려주니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거짓말을 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간혹 있다. 단순히 학교를 땡땡이치기 위해서부터 보험금 같은 금전적 이익을 위한 케이스도 있다. 앞에 나온 스무 살 재주생 임산부같이 사회적 지위나 체면이 걸려 있는 경우, 얼마 안 가 들통이 나더라도 일단 거짓말을 한다. 성병 아저씨같이 의사가 절대로 그 말을 믿어줄 리가 없는데도 끝까지 거짓말을 한다. 모든 사람들은 때때로 거짓말을 한다. 목숨이 위태롭더라도 말이다. (112쪽)



실제 내가 병원에서 보았던 의사들은 차가웠다. 이 책을 읽다보니 말도 못 붙이게 바쁜 척 하고 차가웠던 데에는 인간적인 고뇌가 숨어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짜고짜 질문이 한두 명이 아닌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하루에도 엄청나게 퍼부어질 텐데, 그들의 생존전략이라 생각되며 조금은 이해가 간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아프지 않은 환자가 없고, 누구나 다 사연이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1년에도 몇 번씩 가는 동네 의원의 평범한 의사가 쓴 책이다. 의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되는지, 어떤 고민 속에서 환자를 돌보는지 솔직하게 그려낸다. 환자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슈바이처나 이국종 같은 의사는 이 책에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텔레비전의 의사들처럼 고상하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았다. 그래도 독특하기는 하다. 대머리니까.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장에서의 부끄러운 실수조차 솔직히 밝히면서 환자를 통해 의학을 배우고, 의사로서의 자신을 돌이켜본다. 그동안 아무도 말한 적 없는, 평범한 의사의 진짜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책 뒷표지 중에서)

브런치 조회수 100만 작가여서인가.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사례들도 눈에 쏙쏙 들어오면서 몰입해서 읽게 된다. 재미있고 공감되고 병원을 기점으로 펼쳐지는 사람살이를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웃고 울컥하고 세상의 단면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글 잘 쓰는 현실 의사의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이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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