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여행 - 방랑가 마하의
하라다 마하 지음, 최윤영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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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읽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모든 곳을 다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이니 누군가의 경험담이 새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지금은 여행을 하기도 힘든 시기가 아니던가. 이런 때여도 마음만은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으니 더욱 여행에세이를 찾게 된다.

특히 제목에서 주는 '어슬렁여행'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좋았고,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출신의 소설가 하라다 마하의 여행기가 궁금하여 이 책 《방랑가 마하의 어슬렁여행》을 읽어보게 되었다.

*일러두기: 이 책은 《소설 스바루》 2009년 10월호~2010년 12월호에 연재된 <방랑가 마하>와 2015년 6월호~2016년 12월호에 연재된 <돌아온 방랑가 마하>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하라다 마하.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출신 소설가다. 이 책에는 32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기적의 사과를 만나다, 아오모리의 뜨거운 볶음국수, 엉뚱한 쇼핑, 파리에서 만난 보 고스, 밤의 루브르, 바게트와 쌀밥, 어쩌다 보니 묘지에, 만두의 환생, 방랑가 마하, 수련을 독차지, 생일축제, 취재를 위한 여행, 세잔 순례, 화가의 원풍경, 고흐가 그린 카페, 눈보라가 몰아치는 후쿠오카, 나폴리에서 스파게티를, 운명을 바꾼 한 장의 그림, 방랑여행이여 영원하라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마치 목적지가 없는 것처럼. 장소를 정해도 사전 조사는 하지 않는다. 어떤 곳인지 모른 채 새로운 머리와 순수한 마음으로 방문한다. 이것이 여행 시 나의 이동 규칙이다.

라고 살짝 감상적으로 시작해봤으나 사실 별 대단할 것 없는, 단순한 '이동집착'이다. (10쪽)

여행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동집착'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다니, 오, 참신한데? 이 책의 첫인상이 특별했다. 저자가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출신 소설가라는 점도 독특했고, 글을 풀어나가는 모양새도 뻔하지 않아서 시작부터 마음에 든다.

나의 이동집착은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 이미 탄로나 있었다. 하루는 남자후배에게 뜬금없이 "하라다 씨는 참치 같아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사내에서 으뜸가는 패셔니스타였던(내 입으로 말하고 다녔지만) 나는 최신상품에 기발한 복장을 좋아해 "M빌딩의 이멜다 여사" 또는 "패션으로 사람을 위협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으나, "참치 같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이 구찌 정장의 광택이 참치를 닮았나, 아니면 새빨간 부츠가 참치 붉은 살에 가까운가, 헌데 붉은 살은 참치 뱃살이 아닌가…… 같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가 말했다. "멈추면 죽잖아요." 그때 태어나 처음으로, 참치가 살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치며 이동을 지속하는 종임을 알았다. (11쪽)



'어슬렁여행(정식명칭은 어슬렁식도락여행)'은 오래전부터 저자의 삶에 깊이 침투해 주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미식가가 아닌 나는 식도락 여행은 제외하더라도 '어슬렁여행'은 완전 공감한다. 나도 여행을 할 때 비둘기 걸음으로 천천히 산책하는 것을 즐기니 말이다. 걷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어슬렁거리다보면 그래도 꽤 먼 거리까지 눈앞의 풍경이 변화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여행서적을 즐겨 읽는 이유를 알겠다. 글을 읽다가 나와 생각이 같은 부분을 만나면 마음속으로 요란하게 떠들면서 즐기는 것이다. 여행을 하기 힘든 때여도, 예전 여행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책들을 출간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점치기 여행지 결정법'도 대박이다. 방랑 역사상 가장 무계획, 무주제 여행을 했는데 생각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만난 적도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여느 때처럼 '왠지 모르게 북쪽 방향에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편집자 W씨와 함께 도노로 떠났다는 것이다. 이렇게나 엉터리 점 같은 방법으로 취재지를 정했지만 그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었던 것이다. 시골의 작은 가게에서 이와테의 음식 장인을 모두 만나는 행운을 맛본 것이다. 여행은 계획 이외의 부분에서 뜻밖의 묘미가 있는 것이니, 저자 같은 지인이 있다면 여행하는 재미도 쏠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는 독특한 방법에 재미를 느끼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마지막의 아버지 이야기는 뭉클하다.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이 인생이라는 여행, 자신만의 색깔을 품은 여행을 보여주고 들려준다는 느낌이다. 지금껏 여행에 대한 책에서 기대하던 무언가와는 조금 다른, 그 너머의 무언가를 건네주는 느낌이다. 저자만의 독특한 색채가 느껴지는 여행에세이여서 좋았고, 내가 바라던 것 이상으로 안겨주어 뿌듯함이 느껴지는 에세이다.



여행에세이를 통해 기대하던 것 이상으로 다채로운 무언가를 건져낸 느낌이다. '하라다 마하'라는 작가의 경험과 여행 스타일이기에 가능한 풍성하게 다가온다. 그냥 메뉴 하나만 보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반찬이 죄다 맛있는 그런 기분이라고 하면 될까. 저자의 개성이 오롯이 담겨있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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