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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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다. 제목을 보았을 때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선택했는데,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 말이다. 이 책이 그랬다. 사실 제목에서 '우주'는 궁금했으나 '물리학'이라는 단어가 발목을 잡아서,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고민했다. 하지만 띠지의 말 '과학자,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모두가 극찬한 책!'이라는 설명과 "물리학자의 시가 있는 과학 에세이"라는 점에서 내 마음은 이 책을 읽는 것으로 돌아섰다. 이 책 『우주를 만지다』를 읽으며,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더한다.



천동설을 믿던 중세 사람들이 보던 세상과 현대 과학자들이 보는 세상은 엄청나게 다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는 세상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과학자들이 미시세계(원자)와 거시세계(우주)를 알아가면서 느끼는 그 놀라움과 감동이 일반인에게는 전혀 전달되고 있지 않다.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의 고향인 자연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무지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자연에 대해서, 우주에 대해서 현대 과학자들이 본 세상과 그들이 느낀 감동을 일반인들이 좀 더 보고 느꼈으면 한다. 아득히 멀게만 보이던 우주가 독자들에게 더 친근하고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다만 우주를 만지고 우주와 놀면서 여러분의 인생이 더 풍요롭고 더 즐거워졌으면 한다.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별 하나 나 하나', 2장 '원자들의 춤', 3장 '신의 주사위 놀이', 4장 '시간여행'으로 나뉜다. 별 하나 나 하나, 방랑자들, 과거를 보다, 별 헤아리기, 머나멀 별, 경계는 없다, 창백한 푸른 점, 삐딱한 지구, 일식을 보는 마음, 둥근 땅, 원자들의 춤, 필멸의 존재, 엔트로피, 암흑물질, 오직 생멸이 있을 뿐, 우주적 인연, 슈뢰딩거의 고양이, 신의 주사위 놀이, 체셔 고양이의 웃음, 숨겨진 차원, 메멘토 모리, 시간과 공간의 탄생, 동시성의 상대성, 이상한 나라, 시간여행, 여기가 4차원이다, 휘어진 공간, 블랙홀은 아주 검지는 않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여러분은 상상이 가는가? 하늘 저 멀리 아득히 수억 광년, 아니 수백억 광년에 걸쳐 있는 별들을 상상해보라. 우주는 얼마나 광활한가? 여러분은 우주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우주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어마어마한 것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주여행?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이 감히 몇억 년의 여행을? 그래도 인간은 그 꿈을 꾸고 있다. (21쪽)

이 책을 읽으며 시야를 넓혀본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그 '어마어마한' 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스케일이다. 사람들은 보이고 만져지는 세계만을 진정한 세계로 생각하는데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세계를 눈앞에 펼쳐준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약 4광년 떨어져 있다. 1광년이란 빛이 1년 동안 가야 하는 거리다. 빛은 1초에 지구 7바퀴 반이나 되는 거리를 갈 수 있고,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태양까지도 8분이면 갈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빛으로 한 시간도 아니고, 하루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1년도 아니고 4년을 가야 한다니. 얼마나 멀리 있는가? 그래도 이것은 가장 가까운 별이고 대부분은 이보다 어마어마하게 더 멀리 있다. (19쪽)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에 대한 거리도 겨우 짐작만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책은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잘 모르는 세계를 풀어주는 책을 만날 때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게해주어야 한다. 이 책은 그렇게 한다. 슬슬 질문도 던져주고 스스로 상상하는 시간을 마련해주는데 그 느낌이 신선하고 짜릿하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4년 전의 모습, 북극성은 400년 전의 모습, 안드로메다 은하는 230만 년 전의 모습(28쪽)… 하나씩 짚어가면서 내 마음은 설렌다.



철학에서 가장 큰 난제가 무無라면, 수학의 난제는 영(0)이고 과학에서 가장 큰 난제는 진공이다. 무無, 영零, 공空은 같은 근원을 갖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노자가 한 유명한 말, '도를 도라고 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 道可道 非常道'라는 말이 있듯이 무를 무라고 하면 벌써 무가 아니다. '없는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214쪽)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과학과 철학, 문학 등 그 모든 것을 아우르며 담아냈기 때문이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세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처음 3D 영화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독일의 문호 프리드리히 실러는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같이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고정되어 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영원히 고정된 과거, 오지도 않은 미래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가? 시간여행은 공상하기에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이 될 수는 없다. 과거를 바꿀 수 없고, 미래를 어떻게 할 수 없으므로 단 한 번인 우리의 인생은 무엇보다 진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260쪽)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과학에 일가견이 있어도, 전혀 문외한이어도 상관 없다. 저자가 이끌어주는 대로 읽어나가다보면 내가 보는 우주가 풍성해진다. 시공을 초월하며 신비로운 세상에 초대받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우주에 대한 책을 제법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새로운 것을 맛볼 수 있었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우주책일 줄 미처 몰랐다. 어쩌면 이 책의 띠지가 아니었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적어도 한 명의 독자는 놓쳤을 것이고, 내 입장에서도 이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책 제목처럼 우주를 만져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맛도 제대로 못 본 것을 맛본 느낌이라고 할까. "물리학자의 시가 있는 과학 에세이"라는 점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했지만, 읽고 나니 '과학자,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모두가 극찬한 책'이라는 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소장하고 두고두고 꺼내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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