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나가는 속도가 매우 더뎠지만 몰입감은 특별했다.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치유마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39쪽)' 말처럼 마음에 콕 와닿으면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많다. 특히 환자 개개인의 사례를 들어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통계 자료도 함께 들려주니 도움이 된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임종 전 경험 중 45%가 수면 중에 일어났고, 16%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39% 이상이 수면 상태와 각성 상태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자의 상황 여하를 불문하고 우리 환자들은 임종 전 경험을 자신들이 지금까지 겪어 본 경험 중 가장 또렷하고 생생하며 실제적인 경험이었다고 묘사했다. (73쪽)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을 때,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갔을 때만 해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혼란스러웠고, 혹시 너무 늦게 간 것인가 자책했지만, 의사는 더 늦었으면 바로 혼수상태로 들어가고 돌아가셨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되찾은 소박한 일상은 제2의 인생처럼 특별하다. 어쩌면 평생 후회만 하며 살지도 모를 일상에 주는 기회일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책의 문장들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서 내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쿡쿡 찔러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저절로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 즉 엄마, 아빠, 자녀, 배우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소박한 일상'과 우리가 그들에게 받는 사랑과 관련된 것들이다. 임종 전 경험은 당연하게 생각했을지 모를 과거의 중요한 순간들이나 우리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너무 바빠서 놓쳤던 일들을 재조명한다. 임종 전 경험은 유언이나 상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더 강해진 자아나 결코 끊어지지 않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죽음을 재구성하게 해 준다. (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