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블렌딩 - 어제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영진 지음 / 메이드인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바로 눈 앞의 시간만 본다면 그렇게 빠른 것만 같지는 않고 어떤 때는 안 가기도 하는데, 한뭉텅이로 놓고보면 왜이렇게 빨리 흐르는지 망연자실하다. 커피와 시간이라. 『시간 블렌딩』이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어제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진. 현직에서 100년 이상 된 유물을 촬영하고 있다. 하루 8시간을 앉은 자리에서 100년 이상 된 고서들, 시간들을 만지다 보니 문득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커피를 마시며 쓴 기록이자 이야기이다.

부끄럽습니다만 천천히 부드럽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셈해보니 20년이 걸렸거든요. 반갑고 감사해 햇빛!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일주일 블렌딩', 2부 '드립 일상', 3부 '자바칩프라푸치노와 톨비 52시간', 4부 '어제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으로 나뉜다. 자몽파인에이드 월요일, 화요일 점심과 에스프레소, 크루아상 수요일, 핸드드립 목요일, 금요일 패션 후르츠 10분, 토요일 오전 11시 스벅, 아포가토 일요일, 일주일 블렌딩, 새벽 한 모금, 하루에 두 잔의 시간 심기, 갑자기 달고나라떼, 플레인요거트 7분 휴가, 카페모카 크리스마스, 세 시간에 만들어진 핑크와 믹스커피, 산딸기티 오후, 블랙허니자몽티와 일몰, 시간라떼 어제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제목과 표지 사진을 보고 나는 당연스레 저자가 바리스타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저자는 현직에서 100년 이상 된 유물을 촬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생각지 못한 반전 처럼 다가와 구체적인 책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목차를 보니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상큼하게, 달콤하게, 갖가지 맛을 더하며 내게 다가온다.



김빠진 콜라를 버리듯 김빠진 시간을 버린다는 것은,

빈 시간으로 시간을 채운다는 것. (80쪽)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심한 일상, 별 것 아닌 듯한 행동에서 문득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고 채워나가는 것이다. 오래된 서까래의 세월은 이런 무심한 하루들이 모여 왠만한 어르신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집합체가 된 것일 테다. 무심한 일상이 모여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을 내고자 바짝 노력한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쓰는 데에 20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시간을 좀더 들이며 이 책에 담겨질 언어들이 조바심 내지 않고 거르고 걸러져서 이만큼 남았을 것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나 무언가를 이루려는 조바심이 아니어서 더욱 마음을 건드린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개월 동안 나는 나의 색을 진하게 하기 위해

로컬 카페를 멀리하고 프랜차이즈 카페 위주로 다녀.

그곳에 가면, 보통스러움이 된다.

보통스러움이 된다는 것에 대치되는 것은 특별스러움일까.

글쎄, 모든 인간은 보통이면서 특별한 상황만 있지 않을까.

누군가로부터.

_「블랙허니자몽티와 일몰」 중에서, 147쪽



커피보다는 커피 마시는

그 시간이 더 좋은 거겠지 (책 뒷표지 중에서)

내 마음이 딱 그렇다. 그냥 습관, 아니면 무엇일까.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내 것이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자꾸 챙기게 되나보다. 커피 향,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 느낌.

어쩌면 저자는 처음에는 이 말도 하고 싶고 저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다고 담아내다가 힘을 빼고 천천히 하나씩 덜어내지 않았을까. 그러리라 생각된다. 틈틈이 보이는 옛 유물 사진이 한참을 머물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내 시간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천천히 읽으며 화질 좋은 사진에 생각 한 번 잠기고, 책의 여백만큼 또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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