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비상 - 매와 부성애에 대한 아름답고도 잔인한 기억
벤 크레인 지음, 박여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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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세이다. '매' 하니 이청준의 소설 '매잡이'가 생각난다. 하지만 매 훈련사인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는 처음이라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과 매의 그림에서 그다지 느낌이 오지 않았다면,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부터 읽어보기를 권한다. 바로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매 훈련사의 에세이는 아마 이 책이 유일한 것 아닐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이 책 『자유를 향한 비상』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벤 크레인. 사진작가이자 매 훈련사이고, 미술 교사다. 유럽, 미국, 파키스탄 전역을 돌아다니며 참매, 새매, 독수리 등을 훈련했다. 사회적응이 어려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여도 '머릿속에는 형편없이 조율된 그래픽 이퀄라이저가 들어 있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가까운 인간관계는 늘 실패하면서도 자연 세계와는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그는 새의 깃털, 비행 패턴, 사냥, 죽음, 부패 등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마치 세밀화 그리듯 찬란하고 섬세하게 묘사해간다. 상처 입은 새를 치유하고, 훈련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까지, 하나의 대상에 대한 인내와 사랑은 저자 자신과 아들과의 관계 회복으로 이어진다. 매 훈련서 외에 정식 출간은 처음인데도 영국 출판 에이전트가 스십만 달러 규모로 두 권을 연달아 계약할 만큼 자연과학 및 에세이 작가로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책날개 중에서)

매와 함께 그리고 매를 위해 살았던 삶은 늘 진화했고, 늘 놀라웠다. 무엇보다 그것은 자연의 순환 주기를 토대로 한 감각적 경험이었으며,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늘 활기찬 삶이었다. 나를 기꺼이 풍경 속으로, 자연 속으로 들여보내 언제나 생각하고, 느끼고, 궁금해하도록 이끄는 삶. (21쪽)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대리경험을 하는 심정으로 책을 읽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이 그렇다. 그 누구도 저자가 경험한 세계를 이야기할 수 없다. 저자만의 특징과 성향이 사람보다는 자연에서 의미를 찾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프롤로그부터 매료되는 책이다.

내가 맹금류를 발견한 것은 계시였다. 처음 매를 잡았을 때의 그 놀랍도록 강렬하고 선명한 느낌은 충격적이었다. 내면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느낌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매의 세세한 특징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내가 느꼈던 강렬한 유대감이 이해가 되었다. 매는 매우 순수한 생명체다. 대단히 예민하고, 지능이 높고, 경계심이 많으며, 생의 대부분을 고독하게 살아간다. 매는 매 순간 현재를 살며, 어중간하게 애매한 면이 없으며, 태고난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한다. 일관성과 조심성 없이 매를 대하면 매는 자연으로 돌아가버린다. 매와 인간 사이의 좋은 관계에는 명확하고 내밀한 척도가 있는데 이 척도는 인간이 아니라 매가 정한다. (15~16쪽)



매에 대해서는 '매'라는 이름과 어렴풋한 생김새 정도만 아는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이 책에 실린 내용 대부분은 처음 접하는 것이기에 다소 생소하고 특별했다. 이 책에서 접하는 자연은 상세하게 그림을 그려주는 것처럼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서 완성된다. 시각, 청각, 후각 등의 감각과 함께 말이다.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매에게서는 냄새가 나는데, 사고를 당한 후 암컷 새매의 숨결에 쇠 냄새와 시큼한 생선냄새, 암모니아 냄새가 뒤섞였다는 것이다. 세 가지 냄새가 뒤섞인 그 냄새가 무엇일지 비슷한 무언가를 상상해본다. 또한 '처음에 들린 소리는 바람이 풀숲을 지나며 내는 '쏴아' 하는 단조로운 자장가 소리다. (73쪽)' 같은 문장을 보면,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소리까지 생생하게 재연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그런 문장들이 엄청 많다. 일상적이지 않은 감각을 일깨운다.



저자 벤은 마흔이 넘어서야 자폐성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상처 입은 새를 치유하여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매잡이 벤과 오랜 단절 끝에 아들을 만나는 아버지 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어쩌면 이 책이 매에 대한 이야기만 담겼다면 이토록 독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순하고 밋밋한 심정으로 다큐멘터리를 보는 정도였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으니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역시 글에는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특별한 경험이 나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어서 잔잔한 여운이 남는 에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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