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요한 감성의 세계로 초대받는 새벽 시간, 시를 읽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감성적인 마음이 솟구쳐오르는 데에는 책날개의 이 말이면 충분했다.

날개를 주웠다, 내 날개였다.

어쩌면 시를 읽는다는 것은 잃어버린 내 날개를 주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속에서 잃어버린 내 날개를 발견하는 시간을 갖기를 기대하며 모두 잠든 새벽, 몰래 깨어 『마음챙김의 시』를 읽는 시간을 갖는다.



멕시코의 복화술사, 영국 선원의 선원장, 기원전 1세기의 랍비와 수피의 시인뿐 아니라 파블로 네루다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신세대 시인들, 그리고 라다크 사원 벽에 시를 적은 무명씨. 고대와 중세와 현대의 시인들이 나와 타인과 인생에 대한 운율 깃든 통찰로 독자를 초대한다. (책날개 발췌)

마음챙김에 관한 시 조각들을 류시화 시인이 그러모아 한 권의 시집을 엮었다. 개인적으로는 절대 보기 힘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시인들의 시편이 번역의 과정을 거쳐 고르고 골라 이 책 속에 엮였다. 여기에는 우리가 살면서 소홀히 넘겨버릴 수도 있는 부분들을 잘 챙겨준 시들이 담겨 있다. 한편씩 짚어보며 마음챙김의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끝에는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너에게 하고 싶어」라는 류시화의 글이 있는데, 거기에서 류시화 시인의 근황을 엿볼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로 온 세상이 격랑에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지난 30년간 해마다 해 온 인도 여행이 불가능해졌음을 깨달은 나는 서귀포 바닷가 귤밭에 있는, 돌로 지은 작은 창고를 집필실로 개조하는 작업을 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과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육체 노동을 하다가 밤이 되면 파도 소리를 벗 삼아 이 시집에 실을 시들을 고르고, 행을 다듬고, 몇 번이나 소리내어 읽었다. 그 시들이 내 숨이 될 때까지. 또한 이 시들이 당신의 숨결 또한 되기를 바라며……. 그 자체로 내게는 어려운 시대를 통과하는 마음챙김의 순간들이었다. (158쪽)

그 과정을 알고 보니 더욱 이 시들의 값어치가 와닿는다. 시를 고르고 다듬고 시간을 들여 뜸들이는 과정 없이 나에게 결과물이 툭 다가온 것이다. 155쪽부터 이어지는 류시화 시인의 글을 먼저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도 좋을 것이다. 시를 음미하는 마음이 조금은 더 특별해질 테니 말이다.



세상을 사랑할 수는 있어도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아이의 웃음소리, 누군가와의 깊은 대화…… 하지만 몇 편의 시만큼은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마음챙김의 시들을 읽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불완전한 자신을 사랑하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임을 깨달으시기를.

_혜민 (스님)

마야 안젤루는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글이 마음에 와서 맺힌다. 지금껏 언제 그랬던가. 앞으로 얼마나 그런 순간을 만들 것인가. 바쁘게 휩쓸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챙김의 시간을 챙기는 것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꼭 기억해야겠다. 힘을 빼고 읽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날개를 줍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날개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