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끝에는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너에게 하고 싶어」라는 류시화의 글이 있는데, 거기에서 류시화 시인의 근황을 엿볼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로 온 세상이 격랑에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지난 30년간 해마다 해 온 인도 여행이 불가능해졌음을 깨달은 나는 서귀포 바닷가 귤밭에 있는, 돌로 지은 작은 창고를 집필실로 개조하는 작업을 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과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육체 노동을 하다가 밤이 되면 파도 소리를 벗 삼아 이 시집에 실을 시들을 고르고, 행을 다듬고, 몇 번이나 소리내어 읽었다. 그 시들이 내 숨이 될 때까지. 또한 이 시들이 당신의 숨결 또한 되기를 바라며……. 그 자체로 내게는 어려운 시대를 통과하는 마음챙김의 순간들이었다. (158쪽)
그 과정을 알고 보니 더욱 이 시들의 값어치가 와닿는다. 시를 고르고 다듬고 시간을 들여 뜸들이는 과정 없이 나에게 결과물이 툭 다가온 것이다. 155쪽부터 이어지는 류시화 시인의 글을 먼저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도 좋을 것이다. 시를 음미하는 마음이 조금은 더 특별해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