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 마음이 여기 있어요
강선희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적막한 새벽 시간은 감성적인 글을 읽기에 제격이다. 갑자기 우주를 덮치는 존재감으로 다가온다고 할까. 특히 읽는 시간에 따라 감상이 다르다고 생각되는 책이 사랑과 그리움을 이야기 하는 에세이다. 내일이면 오늘의 내 마음이 손발 오그라드는 민망함이라 생각되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진지하게 감정 속에 젖어들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이런 마음에 어울리는 에세이 『아무도 모를 마음이 여기 있어요』를 읽어보게 되었다.



나는 매번 느렸다.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에게는 늘 진심을 편히 뱉어낼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내가 항상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전하지 못한 말들을 편지 형식의 글로 버릇처럼 남겨두곤 했다. 못다 전한 말들을 그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10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이렇게 남겨둔 마음', 두 번째 '비워지지 않는 것들', 세 번째 '짙어지는 말들', 네 번째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전부인', 다섯 번째 '모든 마음엔 다 이유가 있어'로 나뉜다. 첫 편지, 어느 날을 위한 기록, 거짓말, 향기로 남는 사람, 여름의 편지, 어려운 사람, 아무 것도, 고된 삶, 숨, 비워지지 않는 것들, 편지, 울보, 가둘 수 없는, 편해질거야, 나의 위로, 걷거나 달리거나, 살아있는 하루, 나만 아는 얼굴, 오늘 마침 비가 오네, 너에게만 해주고 싶던, 계절을 닮은 사람, 결국엔 진심, 모르고 모를 마음, 적막과 고요, 부를 수 없는 이름들, 인연, 영원한 편지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오늘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선물받고

기분이 종일 이상하길래

'아, 나는 지금 살아있구나' 했던

하루였습니다. (80쪽)

맞다. 살아있다고 느끼던 순간이 언제인지 생각해보니, 누군가의 한마디 말에 힘을 얻고 용기를 내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물론 그 '문장'은 무조건적인 격려는 아니었다. 때로는 날카롭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짓밟기도 했지만, 어쨌든 나의 생명력을 느끼던 순간이었으니, 글을 읽으며 문득 내 생각은 과거의 어느 순간을 달린다.



'아무도 나에게 힘을 내어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힘을 내려다가 부러지곤 하는 그런 날' (118쪽)

문장으로 표현해보지 못했던 그런 날이 이 책을 읽으며 규정되고 표현된다. '맞아, 그런 날' 이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읽어낙나다. 부러진 모습으로 버티고 버티던 날들을 떠올리며 울컥한다. 힘들고, 너무 힘들어서 누구의 위로를 받기보다는 그냥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날,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감정의 깊숙이 숨어있던, 애써 덮어두었던 생채기를 꺼내들어 보듬어준다. 그런 날도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늘 '용기'란 강하고 단단한 것이라고만 여겼는데,

작가의 그것은 비정형이기도 하고 잎사귀 모양이기도 하다.

이토록 각양각색의 용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_일러스트레이터 손은경

이 책은 흔히 '에세이' 하면 떠오르는 글의 호흡보다는 짧다. 일기 같기도 하고 편지 같기도 하다. 어쨌든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간다. 충분히 감상적인 시간에 이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문득 마음의 주파수에 딱 맞아 떨어지는 글귀를 보며 화들짝 놀라게 될 것이다. 내 생각이 글로 인쇄되어 내 눈 앞에 나타난 것 같아서. 저자의 생각과 맞는 내 마음을 발견하고는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보낸다. 감성적인 글이 필요할 때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특히 밤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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