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 않게 슬픔을 이야기하는 법
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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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 이외의 매체에 대해서는 느린 편이다. 특히 웹툰을 보고 싶어도 예전에 몇 편 선택했다가 실패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잘 안보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작가들이 책을 출간하는 것이 반갑다. 이 책도 그렇다.


다음웹툰 [가슴도 리콜이 되나요], [오늘도 꽐랄라라]로 사랑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청춘 연애 스토리를 그려온 웹툰 작가 ‘아실’이 ‘마실’이라는 에세이스트 이름으로 첫 에세이를 펴냈다. 작가가 지난 1년간 카카오 브런치에 써 내려간, 어른이 되기까지 겪은 성장통의 숱한 기록들이 30편의 글로 편집되어 이번 에세이에 가지런히 담겼다. (책소개 중에서)


이 설명을 보고 나니, 그렇다면 읽어보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슬프지 않게 슬픔을 이야기하는 법』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마실. 그림을 그릴 땐 '아실', 글을 쓸 땐 '마실'이라는 이름을 쓴다. 다음웹툰에서 <가슴도 리콜이 되나요>를 그렸고, 현재 <오늘도 꽐랄라라>를 연재 중이다.

이 책을 읽는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미우면 밉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어야지. 왜 참고 또 참아, 울어야지. 그렇게 제대로 울다보면 고작 한 뼘만큼의 성장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7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슬프지 않게 슬픔을 이야기하는 법', 2부 '제대로 울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3부 '인생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더라도'로 나뉜다. 지랄맞은 18번의 이사 유랑기, 부모와 자식의 기울기가 바뀔 때, 취향도 가난을 탑니다, 돈 밝히는 예술가는 천박한 걸까, 작정하고 울고 싶은 밤, 상처받을 바에는 외로운 것이 낫겠지만, 나의 퇴사 연대기, 잊고 싶은 눈동자, 애써 혼자가 될 용기, 특명! 꼰대 예방 교육, 추억팔이만 할 거면 싸이월드를 켰지, 타인의 슬픔을 함부로 동정하지 말 것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에세이다.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며 '이런 이야기까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솔직했다.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답답하며,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는 내내 온갖 감정이 끌어오른다. 저자의 표현으로는 일기보단 무겁고 자서전보단 가볍고 참회록이라고 하기엔 명명이 너무 거룩하다(245쪽)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그림 없는 사진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니 그 생각에 동조해본다.


엄마는 내게 늘 미안하다고 했다. 반찬이 부실해서 미안하고, 일하느라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꼬박꼬박 용돈을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엄마의 미안함을 먹고 자란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자꾸 거만해졌다. 받은 것이 없으니 줄 것도 없다는 상호 협약을 맺은 것 같았다. 부모님은 용돈 10만 원에도 아이처럼 기뻐했다. 만원짜리 백반을 대접해도 진수성찬이라며 고마워했다. 준 것이 없는 이는 받는 것이 마냥 죄스러웠고, 받은 것이 없는 이는 작은 것을 주면서도 큰소리 냈다. 덕분에 내겐 모든 것을 당신 탓으로 돌릴 수 있는 특권이 생겼다. (87쪽)


글을 읽어나가다보면 답답한 무언가가 꽉 막고 있다. 우리 솔직히 살아가면서 항상 고맙고 행복하고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 드러내지 않은 속마음까지 박박 긁어내어 보여주는 느낌이다. 민낯을 보는 듯한 그 느낌이 유쾌하진 않지만 최소 진솔하다.


매 순간 어디까지 솔직해야 덜 상처받을지 골몰했다. 치유를 위한 글쓰기라는 목적도 있었으나 나는 이상하게 글을 쓰면 쓸수록 자꾸 자해하는 기분이 들었다. … 나는, 그냥, 글을 써야 살아졌다. 이것이 글의 힘인지 시간의 힘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글 쓰는 시간이 약인 것만은 분명했다. (243쪽)


'어디까지 솔직해야 덜 상처받을지'라는 부분에 주목하게 된 것은 나라면 이렇게 솔직하게 써서 세상에 보일 자신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누군가가 글은 자기가 잘 아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이야기부터 하는 것이 먼저다. 글을 쓰는 동안 힐링의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뒷표지에 보면 '미움과 화해'라는 단어가 나온다. 누구나 그렇듯, 완벽하지 않고 성숙하지 않은 한 인간으로서 복작복작 투닥투닥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며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삶이 반복될 것이다. 삶이라는 재료를 따로 간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담아낸 요리 같은 느낌이 드는 글이니 진솔한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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