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장마철도 지나고 가을비라고 여겨지는 비도 한 차례 내렸으니 이제 본격적인 가을날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우중충함이 느껴진다. 조금만, 조금만 하는데 언제까지 버텨야 하나. 그래도 태풍에, 코로나에, 사람도 환경도 내 편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 오뚝이처럼 정신 차리고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인간의 회복탄력성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오늘도 이렇게 버틴다.

'가와이 간지' 하면 신선한 느낌의 매력적인 추리소설 『단델라이언』이 생각난다. 제목은 생소했지만 '민들레'라는 뜻으로 사자의 이빨 또는 송곳니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며 '그렇게 귀여운 꽃에 이토록 사납기 그지없는 이름이 붙어 있다니'라는 띠지의 글에 호기심이 마구마구 생겼던 것을 기억한다.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살인 사건의 결합으로 여름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그때를 떠올리며 '가와이 간지'의 소설이라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와이 간지는 2012년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미스터리대상에서 『데드맨』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수상 당시 평단으로부터 "데뷔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작품은 『스노우 엔젤』이다. 이 책은 마약과 도박을 이용해 이 세상에 '쾌락의 천국'을 건설하려는 자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범죄든 마다하지 않는 추락한 자들 간의 암투를 그린 범죄소설이다.



이번 작품 『스노우 엔젤』은 이미 소개된 『데블 인 헤븐』의 속편이자 전일담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작이 2020년 도쿄 올림픽-실상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연기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지만-을 기점으로 하여 다가올 미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스노우 엔젤』은 2017년 무렵의 현재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401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먼저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스노우 엔젤'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무엇이 떠오르는가? 순수하고 환상적인 아름다운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실상 이 소설은 범죄소설이다. '스노우 엔젤'이 순수한 천사님을 의미하고 아름답고 착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면. 이 책은 아무런 매력이 없을 것이다. 정반대의 의미를 담으며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내보여준다는 점에서 그것부터 반전매력을 뿜어낸다.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바로 '스노우 엔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스노우 엔젤이 무엇인지 여기에 적었다가 지워버렸다. 만약 내가 그것을 알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면 긴장감이 반 이상 떨어져나갔을 것이다. 혹시라도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스톱!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나. 정반대의 격렬한 이미지 앞에서 불꽃튀는 마음속 전쟁은 이미 시작이다. 눈앞의 이미지에 자극을 받으며 자연스레 이 소설에 집중하게 된다.

…평생을 걸고 찾아 헤맨 끝에 마침내 손에 넣은 궁극의 은총. 그 손짓은 한없이 다정하고, 치유는 끝이 없으며, 아낌없이 주기만 할 뿐 앗아가는 법이 없다. 그것은 마치…. 깨끗하고 순수한 눈옷을 걸친, 천사와도 같은……. (13쪽)



도입부를 읽다보면 머릿속에 장면이 떠오른다. 마치 영화 첫 장면을 보는 듯하다. 속도감 있게 일련의 사건들이 다다닥 펼쳐지고, 그 다음으로 한 박자 가다듬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말이다. 도입부의 매력이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는 데에 추진력을 준다면, 그 다음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내 마음을 얼마나 잡아끄느냐에 달려있다.





소설은 몰입감이 뛰어난 것이 중요하다.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달 후에 처리해야 할 일까지 생각난다는 것은 그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책은 당장 해야할 일도 잊고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게 만든다. 일단 펼쳐들면 그렇게 될 것이다. 게다가 속도감 있게 전개하면서도 심리묘사는 놓치지 않는 가와이 간지만의 스타일이 시선을 잡아끌어 끝까지 몰고 간다.

그렇게 백미터 달리기를 하듯 마지막까지 몰아치며 단숨에 읽어나가는 것도 괜찮다. 이 소설은 눈앞에서 영화속 장면이 펼쳐지듯 속도감 있게 몰아치니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여운과 함께 작가의 다른 책들도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럴 때에는 책 뒤쪽 날개를 보면 '작가정신 가와이 간지 미스터리 걸작선' 소개가 되어 있으니 그 중에서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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