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 - 어떤 감정에도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는 연습
케빈 브래독 지음, 허윤정 옮김, 정우열 감수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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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누구나 이런 시기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예민한 사람만 그런 것일까?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라고 조용히 되뇌어본다. 나에게도 그런 적이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딛고 일어나야한다고 결심만 여러 번, 하지만 몸과 마음은 바닥을 기어가는 그런 시기 말이다. 내 마음이 내 맘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케빈, 40대 중반,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을 불태우며 살아왔지만, 성공적인 겉모습과는 다른 이면의 세계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케빈 브래독. 누구보다 일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강했던 그는 주목받는 편집장으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갔지만,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삶의 끝자락에 놓인 후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고백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저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실질적이고 유용한 회복 방법들을 이 책에 담았다.

우선 이 책을 펼쳐준 여러분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내가 시작할 이야기는 나에게 일어난 우울과 불안증세, 나아가 그것들이 초래하는 공황장애나 번아웃, 감정붕괴로 인해 무너진 삶을 극복하고 서서히 회복하기까지를 다룬 긴 여정이다. (4쪽_작가의 말 中)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우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2부 '나도 어쩌지 못하는 감정이 밀려올 때', 3부 '사라지고 싶던 삶에서 살아가고 싶은 삶으로'로 나뉜다. 1장 '우울과 불안', 2장 '도와달라고 말하기', 3장 '몸을 움직이는 습관', 4장 '마음 들여다보기', 5장 '배우고 듣는 것', 6장 '운동 시작하기', 7장 '중독에서 벗어나기', 8장 '자연과 기술 사이', 9장 '일과 번아웃', 10장 '나의 부모님', 11장 '하루하루 실천하기', 12장 '인내가 가져올 변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목차를 쭉 살펴보다가 '불태워 일했지만 마음의 재만 남을 때'라는 소제목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이런 기분 느껴본 사람이 상당히 많으리라 짐작한다.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는 것도 나도 한때 그런 기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가지며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런 마음이 더욱 나락으로 몰고갈 수도 있는 법이다.

특히 그 시기에는 힘들긴 힘든데 긴가민가 하는 느낌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의 말이 와닿으며 나의 시간도 되돌아본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도움을 청해서 극복할 수 있는 시기를 돌고 돌아 고통받으면서 버텨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를 돌아보면 이상한 점은 그 모든 상황이 정상이고 일상적인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저 내 운명이고, 인생에서 좀 특별한 시기인가 보다 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계속 지냈다. (37쪽)



 

이 책은 저자가 우울과 불안, 공황, 번아웃을 직접 겪은 후 회복의 여정을 담고 있기에 더욱 몰입감이 있었다. 전문가의 이야기는 조금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직접 겪은 사람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파고드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더해 어느 순간의 내 모습이 보이면 더욱 마음이 동한다.

수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의 파도에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12가지를 들려주는 책이다. 읽다보면 많이 힘들었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까지 힘든 것인지 의아하기도 하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누군가의 진솔한 경험담을 읽어나가며 '그건 도움이 되겠네' 생각하며 회복 방법을 공유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유용한 일이다.




우울증을 이야기하는 많은 책 중에 이토록 진솔하고 공감 가는 고백이 있었던가.

오늘도 그저 버티듯 살아가는 당신의,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_<에스콰이어> 매거진

이 책은 '감사의 말'로 마무리 된다. 저자가 감사에 대해 성찰하면서 감사 목록을 적어보는 338쪽의 내용을 보다보니, 예전에 읽은 『해빙』과도 같은 맥락이다. 결핍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 목록을 적는 것이다. 나도 의외로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에 대해 떠올리고 감사하고 보니 우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특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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