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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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를 보면 경고를 날린다.

'이 책을 읽으면 오늘 밤 당신은, 집 안의 문을 여는 것조차 무서워질지도 모른다!' 고 말이다.

사실 이런 말이 있으면 몰래 더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 인간 심리인가보다.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기도 했고, 날도 덥고 축 늘어져서 몸도 마음도 흐물흐물해져버린 요즘이다. 어디 한 번 나를 무섭게 해보라며 피식 웃으며 이 책 『이사』를 펼쳐들었다. 이때만 해도 공포에 휩싸이게 될 줄은 전혀 모르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마리 유키코. 2005년 『고충증』으로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08년에 출간한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이 3년 후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면서 일본에서만 5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에 올라 작가로서 널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기리노 나쓰오, 미나토 가나에의 뒤를 잇는 '다크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야미스'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야미스'란 '싫다'라는 뜻의 일본어 '이야다'와 '미스터리'를 합친 조어로,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불쾌하고 어두운 감정을 집요하게 파헤쳐 읽고 나면 심리적 불편함과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르를 일컫는다. (책날개 中)

사실 진작에 읽으려고 집어들었다가 몇 번을 뒤로 미룬 책이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이 책이 '이야미스' 장르라고 하지 않는가. 불쾌하고 불편하고, 그런 심리적 바닥으로 가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안그래도 요즘 불쾌지수가 높은데 괜찮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읽다보니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불쾌할 때는 억지웃음을 짓거나 좋은 것만 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불쾌의 바닥까지 끌고 내려가는 편이 낫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은 마리 유키코의 저력을 여지없이 발휘하면서도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할 법한 이야기를 통해 현실적인 공포를 더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한다. '어디 한번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는데, 읽다보면 '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다.



문, 수납장, 책상, 상자, 벽, 끈……

일상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 극도의 공포로 되돌아오는 리얼리티 호러의 진수 (책 띠지 中)

이 책은 '이사'에 관한 여섯 편의 공포 미스터리 연작이다. 문, 수납장, 책상, 상자, 벽, 끝, 작품 해설, 그리고 옮긴이의 말로 마무리 된다. 아, 솔직히 말하면 심약한 편인 나는 처음부터 제대로 낚였다. 그러면서도 '이거 참신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라는 대로 했는데 나를 당황시키는 한 마디에 큭. 어쨌든 긴장감을 조금은 풀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읽다보니 술술 읽히는 데다가 '생각보다 안 무섭네'라고 안심할 무렵 두둥, 마음에 치고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다. 쌔~한 느낌이다. 대놓고 공포가 아니라 갑자기 나타나 스멀스멀 다가오는 돈벌레같은 느낌이랄까. 일상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써내려갔는데 여운이 불쾌하다. '리얼리티 호러'가 추상적이라면 그냥 이 소설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딱 이거다 싶었다.

일단 이 책을 집어드니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다. 독자를 단숨에 끝까지 끌고 가는 마리 유키코의 필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 이 소재를 이렇게 풀어나갔구나!' 그 부분에 감탄했다. 어느 순간 곁에 와있는 불쾌한 감정, 어찌보면 무서울 것 없는 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생각보다 괜찮다. 내 스타일이다. 문, 수납장, 책상, 상자, 벽, 끝이 다시 보인다. 그러면서 한동안 이사는 가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마리 유키코의 이사 호러 괴담집, 기대 이상의 소설집이었기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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