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Strong Words - 말대꾸 에세이
딥박 지음, 25일 그림 / 구층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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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표지의 한 마디 '아, 그때 받아쳤어야 했는데'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한두 번, 혹은 자주 '아, 그때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아쉬워하는 나로서도 이 책에 솔깃했다. 이 생각은 특히 집에서 자기 전에 누워서 이불킥 하면서 혼잣말로 뱉어내며 열을 올리게 된다. 그 앞에서는 속시원하게 맞받아치지 못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내 성향이 그런 것을.

이 책이 '말대꾸 에세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남들 앞에서는, 특히 말대꾸하지 말고 꾹 참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속으로 삭여야 하는 것을. 그냥 이렇게 책을 읽으며 통쾌해하는 것만으로도 적당히 마음이 풀리리라 생각된다.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기대하며 이 책 『글쎄 STRONG WORDS』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딥박. '깊은 생각으로 글을 쓰자'는 '딥'의 의미가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들의 좋은 초심이 될 것 같아서, 필명을 '딥박'으로 정했다고 한다. (317쪽)

이 책에서는 살면서 겪는 고민과 문득 떠오르는 의문에 대해 저자 딥박이 당신을 대신해 애매모호한 '글쎄so so'가 아닌, 뚜렷한 어조의 '글쎄 Strong Words'로 답한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이 당신을 대변하는 말대꾸 정도가 되었으면 한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TV를 보다가', 2장 '퇴근을 하다가', 3장 '혼자 밥 먹다가'로 나뉜다. 이상한 사전, 잡생각,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 사회적 문제, 갈등, 직장생활, 돈, 인간관계, 친구, 사랑, 이별, 상처, 자존감, 가족, 일상, 딥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 이 책이 확 끌렸던 것은 아침형 인간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아침형 인간들이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늦잠 자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보는 일이다.

일찍 잠든 주제에 (64쪽)

올빼미형 인간으로서 아침형 인간들에게 잔소리 들으며 힘들었건만, 나는 말대꾸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혼자서 투덜거리면서 '일찍 잠든 주제에'라고 혼잣말할 생각도 못하고, 내가 잘못한 것처럼 주눅들어 있었다. 아무튼 이것 하나만으로도 촌철살인 시원한 사이다같은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 책이 어쩌면 그렇게 마음에 확 와닿는지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아주 짤막한 글들이 이어지는데 마음에 훅 와닿는 말들이 많다. 읽다보면 이 책이 왜 '말대꾸 에세이'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어른들한테 이렇게 말하면 군밤 한대 얻어맞을 듯한 따박따박 말대꾸를 담았다. 그런데 그 말들이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속 시원한 글들이다. 언어유희가 신선하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니.

남김없이 뺏긴 나무겠지.

나무라다 (34쪽)

이런 식으로, 지금껏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바라보아서 머리를 퉁~ 맞는 듯한 느낌이다. '아, 그렇구나' 새삼 깨달으며 읽어나간다.

정작 가야 할 사람들은 안 가고, 그들에게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는다고 한다.

사회는, 아픈데 아픈 줄 모르는 것을 적응이라 부르고, 아파서 아프다 하는 것을 부적응이라 부른다. (102쪽)

읽다보면 웃기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왠지 마음이 먹먹해지고 안타까워지는 문장도 발견한다. 문득 이 책에 실린 글자들의 힘을 느낀다.



돈 걱정하지 말자

있다가도 없는 게 돈이고

이따가도 없을 게 돈이니까

원래 없돈 (150쪽)

에필로그에 보면 이렇게 썼다. '이 책에 나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지금의 내 한계는 딱 여기까지다. 같은 주제로 더 좋은 글을 써낼 자신이 없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말을 깎고 다듬으며 거르고 남기는 과정을 수차례 거치며 에너지가 고갈되도록 모든 것을 쏟아부었을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유머러스하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촌철살인이지만 무겁지 않은, 간결한 말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다. 말대꾸 에세이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짤막한 사이다 발언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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