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
다카하시 아쓰시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관심이 생긴 것은 '무례한 일상에서 내향성 인간으로 살아남는 법'이라는 글귀를 보고 나서였다. 생각해보면 정말 '무례한 일상'이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선을 살짝 넘나들며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일테다. 그래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꾸역꾸역 참고 견디느라 곤혹스럽다. 이 책 『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다카하시 아쓰시.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자신의 민감한 기질 때문에 회사에서 근무를 계속하기 어려워져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가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는 것을 알게 된 후, HSP로 살아가는 일상의 곤란함을 기록하고 HSP 기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앨 수 있도록 4컷 만화를 그려 블로그 '중년 HSP 일기'에 연재했다. 공저로 출간한『너무 민감해서 곤란한 나의 대처법』이 14쇄를 찍으며 일본에서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소위 민감한 사람이라 불리는 HSP에 대해 알게 된 후 나 자신을 탓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나와 비슷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외로움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 책에는 내가 매일매일 느꼈던 민감한 사람의 괴로움에 대해 적었다. 책을 읽은 이들이 공감의 웃음과 함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15쪽)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 2장 '남들은 왜 이렇게 둔감하지?', 3장 '예민함이 나를 구할 거야!'로 나뉜다. 사람들과 있기만 해도 피로를 느낀다, 타인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민감하다, 앞으로의 일을 미리 걱정한다, 다른 사람이 혼나는 모습을 보면 괴롭다, 다른 사람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긴장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남에게 들은 말을 마음속에 담아둔다,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에너지 뱀파이어의 표적이 되기 쉽다, 프리랜서를 목표로 한다, 다른 사람과의 거리감을 조절한다, 민감한 사람이 인류를 구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는 우연히 일레인 아론 박사가 명명한 'HSP'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고민해 온 위화감이나 괴로움은 잘못된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 때문이 아니라 HSP가 지니고 있는 생물학적인 특징, 즉 높은 감수성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섯 명 중 한 명이 이런 기질을 갖고 있다고 하니, HSP 인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나는? 앞부분에 HSP 체크리스트로 확인해볼 수 있다.


사실 어느 정도의 민감함이 HSP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어쨌든 읽다보면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보인다. 어느 부분에서는 내 얘기라고 느껴지는 그런 것 말이다. 내 얘기 또는 남 얘기를 담은 4컷 만화와 에세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고민을 잘 털어놓는다. 내가 꼬치꼬치 캐물어서가 아니다. 먼저 말을 꺼내는 건 상대방이다. 게다가 "왜 갑자기 나한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쑥 고민을 털어놓기 때문에 많이 당황스럽다. 가만히 보면 상대방은 본인 얘기에 도취되어 내가 이해를 하든 말든 상관이 없어 보인다. 몇 시간이고 계속 말할 기세다. 어떻게 된 건지 평소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억지로 얘기를 듣고 있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101쪽)

이건 나도 한때 그런 적이 있어서 할 말이 있다. 내가 믿을 만하다거나 나에게라면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그냥 하소연하는 것이다. 나에게 이럴 정도면 온 데 다 떠들고 다니고 입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란 말이다. 자신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내가 알 정도면 주변 사람들도 다 알겠네'라고 생각하면 거의 맞다. 그들의 고민을 두고두고 걱정해주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 것. 아마 말하고서 다 잊을 것이다. 그냥 이것은 지나고 보니 드는 내 생각이다. 요즘은 나도 저자처럼 화제를 딴 데로 돌리거나 슬쩍 자리를 피한다. 나름 비슷하긴 하다.



4컷 만화와 글이 담긴 에세이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이지만, 사실 민감하다는 부분이 불편한 것이니 즐긴다는 것도 이상한 표현이긴 하다. 저자는 이 책을 자신이 민감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 즉 HSP라는 사실을 모른 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HSP라는 것에 대해 알고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생각하며 그 무게를 덜어낸다면, 그것으로 작가에게 뿌듯함을 안겨줄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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