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 - 심리치료사의 반려견 야콥이 전하는 행복 이야기
톰 디스브록.야콥 지음, 마정현 옮김 / 황소걸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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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분명 지금과는 다른 인생이 펼쳐지리라 생각되지만, 아무래도 몸과 마음의 부담이 커서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책을 통해 만나보았는데, 이 책은 특이했다. 바로 '심리치료사의 반려견이 전하는 행복 이야기'라는 점에서였다.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 기대되어서 이 책 『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톰 디스브록. 심리학자, 심리치료사, 신경학과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여러 책을 쓴 인기 작가다. '정신 자기 경영'이란 개념을 만들어 고유한 코칭 기법을 발전시켰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직장과 일상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남인도 바르칼라 해변에서 만난 개 야콥을 입양하고, 야콥은 그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뭐 해? 인도에서 만난 떠돌이 개와 개밥에 도토리'를 시작으로, 1장 '행동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까?', 2장 '우리는 왜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가', 3장 '생각을 다 믿어도 될까?', 4장 '누구를 위한 친절일까?', 5장 '달라서 행복하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 6장 '의미란 무엇인가, 또 무의미는 무엇인가?'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뭘 쓰고 있어?', '작별 인사'로 마무리 된다. 지옥에 가더라도 행하라!, 감사는 주름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생각을 다 믿을 필요는 없다, 친절을 위한 변론,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서 불행하다 등의 '톰이 덧붙이는 글'이 1~5장 끝에 수록되어 있다.

아, 인도의 바르칼라 해변. 야콥을 그곳에서 만났다는 사실부터, 즉 이 책의 책날개를 읽으면서부터 내 마음은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해댔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로 떠난 이유는 당시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명상이나 요가 혹은 어떤 영적 체험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내겐 그저 그보다 나은 해결책이 없었다.(15쪽)'라고 말이다. 나도 딱 그런 때에 그곳에 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시간은 적어도 나에게 그런 휴식을 누려도 된다는 용기를 주었고 내 삶을 리셋해주었다. 물론 다시 돌아오고 나서는 제자리 걸음이었지만. 어쩌면 나도 나를 뒤흔들어놓을 야콥 같은 개를 만났다면 달라졌을까? 그런 호기심이 이 책을 더욱 재미나게 몰입해서 읽게 만들었다.

태어난 지 넉 달 정도밖에 안 돼 보이는 이 작은 개가 내 삶과 나를 완전히 바꿔놓기까지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암울하고 의심 많던 내 생각은 열대의 태양 아래 구름처럼 사르르 자취를 감췄다. 나는 휴가를 대부분 이 작은 친구와 보냈다. (17쪽)

물론 떠돌이개와는 휴가만 함께 보내고 작별 인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 그렇지 않았을까? 그런데 떠돌이개를 독일까지 힘겹게 데려오다니! 실천하는 모습이 대단했다. 저자가 인도 바르칼라에 간 이유도, 그 마음도, 거기에서 만난 개 야콥과의 운명적인 스토리도, 모두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에 더욱 집중해서 읽어나갔다.

책은 개 야콥과 인간인 저자가 대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의 대화에 집중해보면, 실제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옆에서 보는 듯 자연스럽다.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개의 입장에서 인간을 이야기할 때 '그러게' 라는 생각이 들며 한껏 가벼워진다.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야콥의 말에, 삶의 무게를 툴툴 털고 고민을 덜어본다. 삶이 버거울 때에는 시선을 조금만 바꿔보자! 이 책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야콥 같은 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각이 다르다. 그리고 솔직하게 한 마디 던져주고 문득 거기에서 정신이 번쩍 드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하나 주면서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면 마시멜로 두 개를 주겠다는 유명한 실험 이야기 앞에서는 "인간은 그런 아동 학대가 재밌나 봐?(133쪽)"라거나 '"지금은 마시멜로를 먹으면 안 돼. 내일 두 개 먹거나, 모레 세 개 먹을 순 있어." 너희는 이런 걸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여기지.(134쪽)' 같은 말은 개의 입을 통해 들으니 신선한 자극으로 느껴져서 인간 종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생각하기에는 '느낌만 잘 맞아떨어지면 대박'이겠다고 여겼는데, 직접 읽어보니 그야말로 '대박'이다. 떠돌이개 야콥과 만난 장소부터, 독일로 데려오는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다보면, 중년의 위기를 넘긴 저자와 개 야콥의 대화가 더없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읽다보면 개의 질문에 문득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있다. 놓칠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이 책을 읽는 맛을 더한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몰입도가 뛰어나서 권하고 싶은 에세이다. 삶을 너무 무겁고 진지하게만 바라본다면 야콥의 시선이 마음의 돌덩이 하나 내려놓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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